“얘들아, 너희들이 한창 성장기인데 돌봐 줄 새엄마가 필요하고, 아빠도 그렇고 하니 아버지가 재혼을 했으면 한다.”

“아빠, 그런데 새엄마 되실 분은 좋은 분이지요?”, “그럼 아빠는 물론 너희들에게도 잘 해 주실거야.”
딸 셋을 둔 홀아비 가장이 자녀들과 속깊은 대화 끝에 재혼을 했다.

하지만 돈벌이 때문에 아이들을 새 아내에게 맡겨 둔 채 지방을 돌며 일을 해야 했고,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아이들의 양육비를 매월 꼬박꼬박 보냈다.

그런데 계모는 세 딸에게 정서적 학대를 일삼는 것도 모자라 햇빛도 제대로 안 드는 반지하 월세방에 격리시킨 뒤 밥도 제대로 챙겨 주지 않는 등 방치시켰다.

기가 막힌 것은 세 자매가 1시간마다 계모에게 문자메시지로 위치를 보고토록 감시하고, 오직 집에만 있도록 하면서 학교까지 못 가게 했단다. 무려 2년간 이런 상태로 방치된 세 자매는 결국 심각한 우울증과 영양실조에 걸린 채 발견됐다.

지난 2013년 1월 22일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에서 발견된 세 자매 이야기다. 당시 15∼19세였던 세 자매 중 막내는 골다공증에 따른 대퇴부 골절로 거동조차 못해 무려 8시간에 걸친 긴급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세 자매는 주위의 따뜻한 도움 속에 안정을 되찾았고 얼굴에는 예쁜 미소도 지을 수 있게 됐단다. 특히 세 자매 중 맏언니(21)가 지난 3일 서울지역 4년제 A대학 유아교육과에 입학해 새로운 도전과 꿈을 키워 가고 있다.

우울증이 심해 오랜 시간 병원 치료를 받았던 둘째(20)도 지난해부터 2년제 직업학교에 다니며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있단다.

그리고 큰 수술을 받았던 막내(17) 역시 2013년 11월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지난해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세 자매의 아버지도 고양시내 한 식당에 취업해 자식들과 함께 지내며 뒷바라지하고 있단다.

이처럼 위기의 가정이 제자리를 찾으며 역경을 이겨 내기까지는 시가 관내 사회복지단체와 연계한 긴급복지대상자 지정 돌봄서비스가 빛을 발했다. 아울러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어진 도움 릴레이로 새로운 보금자리도 마련받았으니 말이다.

생각하면, 우리는 아직 살 맛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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