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오그번(한국명 우창제)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날 피습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 미국대사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피습을 당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번 일이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피해 당사자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크 리퍼트 대사인데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수도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대표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점은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미국을 상징하는 자국 대사가 한국에서 피습을 받았다는 사실이 미국의 일반 국민에게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미국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 반한 감정까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긴장을 감추지 않으면서 한미동맹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동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관계부처 차관 회의가 긴급 소집되는 등 우리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런 차원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한미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사건 발생 직후 워싱턴과 서울의 각 급 외교채널을 모두 가동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일단 한미 양국은 이번 일을 한미 동맹 관계와는 별개의 ‘단발사건(isolated incident)’으로 규정하고 동맹에 부정적 영향이 안되도록 긴밀히 협력하자는 입장을 확인한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피습 사건이 한미 동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버지니아공과대학에서 한국계 학생의 총기 난사로 32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을 때에도 국내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한미관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조태용 외교부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미동맹이 이번 사건으로 흔들리거나 손상될 만큼 허약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한미 관계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한미관계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피습사건으로 앞으로 한미 간 주요 사안에 대한 협의에서 우리가 미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들어줘야 하는 위치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사건으로 외교적 부담이 생기면서 우리 정부가 외교현안에 대한 대미 레버리지(지렛대)를 상실해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일본이 공세적 로비 외교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우방이자 동맹국인 미국을 상대로 각고의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해서 안타깝다”면서 “사건은 사건 자체로만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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