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중년 여성 A씨는 한때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절망감에 뒤척이던 어느 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던 그림을 인천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3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인천시 장애인기능경기대회 그림 분야에서 금메달을 땄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압화대전 작품 준비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젠 우울증 약을 먹지 않는다.

#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B씨는 지난달 27일 남편의 가정폭력에 집을 나온 뒤 인천부평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A씨는 경찰관에게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문제를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가 주선해 4일 남편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화가 풀렸다.

한국에서 ‘여성’은 약자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심지어 가정·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 양세희 경사(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등 인천부평경찰서 경찰관들이 가정폭력 피해자인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상담을 통해 가정문제를 풀고 있다.

유엔이 1975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제정하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한 지 꼬박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사회 걸음은 어린이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회 약자인 ‘여성’들의 삶을 돕고 자립 지원과 함께 이들을 옹호·지지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프랑스 여성작가 보부아르의 명언을 묵묵히 실현하고 있다.

조순자(52·여)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장은 인천지역의 대표적인 장애인 여성운동가이다.

그의 노력으로 지난해 서울의 한 기업에 5명의 여성 지체장애인들이 채용돼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하루 4시간 근무로 60여만 원의 수입이 생기니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올해 1명을 정규직으로 추가 채용할 정도로 기업의 만족도도 크다.

무엇보다 재택근무가 살림을 맡고 있는 주부 지체장애인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이 같은 재택근무 정규직 채용을 기다리는 장애인들이 줄을 서 있는 상태다.

부평경찰서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 등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자체 조직인 ‘디딤-Pol’을 구성하고 결혼이주여성 인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및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들이 모여 만든 ‘디딤-Pol’은 이주민 가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갈등을 조정하고 있다. 화해를 이끌어 낸 사례가 늘면서 자신감이 붙어 앞으로는 피해자 가족상담도 진행할 계획이다.

부평경찰서 청문감사관 양세희 경사는 “가정폭력 등을 당한 여성피해자들은 수사나 처벌 요청 전에 그들의 어려움을 먼저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을 가장 원한다”며 “물론 상담 등의 지원뿐 아니라 기업, 단체 등과 연계해 물질적인 도움도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서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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