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 봤을 미림극장이 폐관의 위기를 넘기고 실버극장으로 재탄생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미림극장 주변, 그러니까 동인천역을 중심으로 여러 극장이 있었다. 한국 최초의 조선인 극장인 애관극장을 비롯해 인형·인천·미림·오성·문화극장 등이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그 중 인천극장과 미림극장은 초등학교 시절 단체 관람을 단골로 했던 곳이기도 하다. 어슴푸레한 기억에 ‘엄마 없는 하늘 아래’와 ‘들국화는 피었는데’ 등을 봤던 것 같다.

송도 동막 갯벌과 소래 염전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엄마 없는 하늘 아래’를 본 게 아마 3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당시에도 많이 훌쩍였다.

뱃일을 나가면 몇 개월이고 집을 비우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우고 자식들 먹여살리기 위해 위험을 마다 않고 늘 바다로 굴을 캐러 다니는 엄마의 모습이 동생 철호를 등에 업고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영출이로 대비됐기 때문일 게다. 30년이 훨씬 지난 세월임에도 영화의 줄거리가 기억나고 코끝이 시큰해진다.

인천극장은 많은 추억이 있다. 침 좀 뱉었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친구들과 매표원 누나를 피해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내기를 많이 했다. 걸리지 않고 들어가야 ‘사나이’로 인정받기 때문에 우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걸리면 된통 혼나고 며칠간은 극장 앞 단속이 심해졌다. 머리가 커지면서 극장은 가슴 두근대는 청소년들의 데이트 장소가 됐다.

이렇게 말로 다 하지 못할 많은 추억이 있는 인천극장은 미림극장과 달리 아예 간판을 내리고 큼지막한 마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곳을 지날 때면 아쉬운 마음을 담아 옛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인천극장처럼 세월이 흐르며 주변의 많은 극장이 간판을 내렸다. 멀티플렉스가 대신하면서 단관 상영관을 가진 기존 영화관 대부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 영향 탓에 지금은 애관극장과 미림극장만이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어찌됐든 지난 1957년 천막극장으로 출발해 폐관 위기를 넘기고 인천 유일의 실버극장으로 문을 연 ‘미림극장’이 추억을 더듬고 기억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아마도 ‘시네마 천국’의 토토처럼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황혼에 접어든 또 다른 토토들이 미림극장에서 청춘의 꿈을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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