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블룸버그=연합뉴스) 다음은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23일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이다.


『조지 워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 위앤화 평가절상과 관련해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패배한 처지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과 관련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단단히 쐐기를 박으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이 고수해온 위앤화 달러 페그제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으니 시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해오던 터였기 때문이다.

부시는 그러나 허를 찔리고 말았다. 후 주석은 방콕에서 부시와 만나기 불과 몇시간 전 아시아.태평양 재계 인사들과 먼저 회동해 위앤 환율제도를 당분간 유지할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부시의 난처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연례회담을 끝으로 발표한 공동 성명에도 환율 문제를 전혀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중국의 이같은 확고부동함은 위앤화의 실세 가치를 반영하는 1년짜리 선물계약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달러당 약 8.3위앤인 지금의 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시장이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장이 위앤화 변동환율제 채택이 "상대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못박은 것도 선물쪽 약세를 부채질했다.

부시는 이번 APEC 회동에서 환율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외톨이가 됐다. 아시아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환율 급변이 역내 다른나라 경제에도 타격을 가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시아 지도자들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미국은 위앤이 실제 가치에 비해 최소 40% 저평가돼 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에서 근 300만명분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워낙 취약하며 또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위앤화 가치가 쉽게 동요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중국이라고 위앤화 가치에 대한 백악관과 미 의회의 불만을 모를리 없다. 그러나 중국이 현 시점에서 미국의 압력에 버티는 이유는 이것이 부시 행정부의 내수 경제 어려움과 직결돼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동남아에 투자된 510억달러 가량을 대변하는 미-아세안 경제협력위원회의 어니스트 바우어 회장은 "중국은 그들이 원하는대로 행동할 것임을 우리가 잘 안다"고 말했다. 위앤화 환율제 변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설사 위앤 환율과 관련해 아시아 정상들이 동조한다해도 그것이 단기적인 성격에 그칠 것임을 미국이 알아야한다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를 상기시킨다.

즉 위앤화 문제와 관련해 그간 미국과 밀접하게 보조를 맞춰오던 일본이 돌연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APEC 재계 지도자들에게 "중국의 환율 문제에 대해 일본이 달리 뭐라고 요구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이즈미의 언급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것이 `되돌리기 전법'이라고 평가한다.왜냐하면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전 일본 재무상이 당초 위앤화 시비를 건장본인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시오카와가 먼저 중국에 포문을 연지 몇개월만에 존스노 미국 재무장관의 입에서도 같은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위앤화 문제에 대해 일본은 `중국이 알아서 할 일'이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일본의 이같은 입장 선회에는 또다른 내부 사정이 있다. 올들어서만 엔가치 유지를위해 최소한 13조5천억엔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지난주 도쿄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인위적인 환시장 개입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스스로도 통화 가치를 `조정'하는 입장에서 같은 처지인 중국에게 이래라 저래라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평가절상 압력에 버티는데는 아시아 주변국의 입장을 나름대로 계산한 부분도 있다. "중국 경제의 안정이 아시아.태평양은 물론 전세계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후 주석의 발언이 바로 그런 맥락이다. 이 발언은 특히 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위앤화 평가절상이 미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백악관이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중국을 비롯해 달러에 환율을 고정시키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미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가 전체의 40% 이상임을 상기시킨다.

만약 이들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경우 외환 보유가 더 늘어나지 않고 미국 자산 쪽으로 영향이 파급될 경우 상황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위앤화 절상 압력을 쉽게 포기할 눈치가 아니다. 더욱이 내년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 해인데다 실업 문제도 여전히 심각해 백악관으로서는 달리 마땅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만한 상대가 중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가 미 국내용으로는 통할지 모르지만 진짜먹혀 들어가야할 아시아 국가들에는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이 점이 부시의 딜레마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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