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태수 이천경찰서 생활안전계 경사

 사회가 발달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가 발달돼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안정됨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문화가 많이 발달해 왔으나 가정 내에서는 사회와는 다른 것 같다.

유독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정폭력에 대한 의식은 일종의 사생활, 프라이버시로 취급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신고를 접하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그 가정에는 공통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가해자가 가족구성원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마치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내 자식 내 맘대로, 내 부인 내 맘대로’라는 소유의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뜻과 다르면 힘과 폭력으로 자신의 뜻에 따를 것을 강요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가족 간에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현장에서 피해자 상담을 했을 때 내가 느끼는 상대방의 감정은 단절이었다. 즉, 개인은 가족관계에서는 극도로 외로움을 겪고 있었다.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정 내의 대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화하는 습관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우선 하루 1~2분씩 가족들의 이야기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들어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익숙해질 무렵 5분, 10분, 30분 차츰 시간을 늘리자. 그렇게 상대방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후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해 보자.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존중감은 자연스레 생긴다.

대화가 많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사회성도 좋다. 가정폭력은 세대를 넘어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학습된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채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폭력성을 잠재적으로 지닌 채 살아가게 되고, 그러한 잠재적 폭력이 표출되면 학교폭력이나 각종 범죄행위로 나타난다.

또한 자존감 결여로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지 못해 사회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만약 내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오늘 당장부터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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