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발달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가 발달돼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안정됨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문화가 많이 발달해 왔으나 가정 내에서는 사회와는 다른 것 같다.
유독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정폭력에 대한 의식은 일종의 사생활, 프라이버시로 취급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신고를 접하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그 가정에는 공통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가해자가 가족구성원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마치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내 자식 내 맘대로, 내 부인 내 맘대로’라는 소유의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뜻과 다르면 힘과 폭력으로 자신의 뜻에 따를 것을 강요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가족 간에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현장에서 피해자 상담을 했을 때 내가 느끼는 상대방의 감정은 단절이었다. 즉, 개인은 가족관계에서는 극도로 외로움을 겪고 있었다.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정 내의 대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화하는 습관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우선 하루 1~2분씩 가족들의 이야기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들어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익숙해질 무렵 5분, 10분, 30분 차츰 시간을 늘리자. 그렇게 상대방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후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해 보자.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존중감은 자연스레 생긴다.
대화가 많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사회성도 좋다. 가정폭력은 세대를 넘어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학습된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채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폭력성을 잠재적으로 지닌 채 살아가게 되고, 그러한 잠재적 폭력이 표출되면 학교폭력이나 각종 범죄행위로 나타난다.
또한 자존감 결여로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지 못해 사회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만약 내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오늘 당장부터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