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국은행이 가장 먼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75%까지 내린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배경이 “경기 회복 모멘텀을 살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있었다”고 밝혔다. 어쩔 수 없이 내린 게 아니라 선제적 대응 차원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실질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달 ‘왜 선제적으로 인하하지 않았었는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혹여나 여당 대표와 경제부총리의 압박이 통한 거라면 한국은행의 중립성 측면에서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번 조치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드러내며 우리 삶에 변화의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주거용 대출 최대 수요자층인 30~40대의 은행이자 부담은 더욱 줄어들겠지만, 금융이자 소득에 의존해 온 고령층의 노후계획 재설계는 불가피해질 것이다.

전도유망한 벤처와 중소기업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나 좀비기업의 연명으로 국가경제의 기초체력이 저하될 수 있다.

유동자금은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며 증시를 부양하겠지만, 미국 금리 인상 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금융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다. 이제는 금리 인하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의 수출액과 산업경쟁력이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다.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은 다른 나라를 밟고서라도 자신들만은 일어서야겠다며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낮추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디플레이션 먹구름까지 한국 경제를 덮쳤다. 이번 금리 인하는 이런 어려움들을 고려해서 나온 긴급 조치다. 더불어 가계와 기업으로 돈이 흐르도록 해 소비와 투자를 확대할 모멘텀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장은 대출금리와 환율의 인하로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감소, 수출단가의 인하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뒤따라야 할 중대한 후속 조치가 있다. 첫째,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소비는 그 타령에 가계부채만 증가할 것이다. 둘째, 기업이 투자할 만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안 그러면 투자 여력은 사내유보금 형태로 머무르거나 해외로 유출된다. 셋째, 혈액이 순환하듯 돈이 흘러야 경제가 위축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중·서민층의 소득 증가, 구조 개혁·규제 완화 그리고 경제심리의 회복이 수반돼야 이번 조치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크다 하겠다. 마지막 골든타임을 실기해서 역사와 국민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기지 않도록 엄혹히 개혁을 추진해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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