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 사건이 정치권에서 종북 공방으로 전이되면서 여야가 연일 도를 넘는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종북숙주’에 이어 ‘정신질환’이란 용어까지 써 가며 안하무인식으로 치고받는 정치권의 행태가 가관이다. 늘 그랬듯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포문을 연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박대출 대변인은 지난 8일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종북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라며 선공을 날렸다. 피습사건을 저지른 김기종 씨가 국회를 드나들면서 시민운동가 행세를 한 것은 일부 야당 의원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새정치연합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김기종과 같은 극단주의는 인정하지 않지만 박근혜와 새누리당 같은 극단주의에도 반대한다”고 맞받았다. 이번에는 ‘대통령’ 호칭이 빠진 것을 문제 삼으며 새누리당이 발끈했다.

 색깔 논쟁은 고발 사태로 확전된 데 이어 급기야 ‘정신질환’ 발언까지 나오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졌다. 새정치연합은 종북 공격을 가한 새누리당 5명의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고, 이에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당수인 문재인 대표를 향해 ‘고발 대리인’이나 하라며 야유를 보내는 상식과 수준 이하의 막말로 응수했다.

여야 정치권의 이 같은 공방에는 여당의 정치적 셈법과 야당의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당은 야당의 아킬레스건인 색깔 논쟁을 연결고리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반면 야당은 종북몰이 후폭풍을 막아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한 내달 4·29 보궐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기 싸움의 시작이라는 성격도 없지 않다. 문제는 여야의 도를 넘은 ‘종북’ 관련 막말 공방전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런 식의 공방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남 갈등만이 증폭될 뿐이다.

분명한 사실은 주요 동맹국의 대사에 대한 위험 수준의 테러 공격이 있었고, 이는 중대한 범죄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내막을 확실히 밝혀 나라 간, 정치 진영 간, 혹은 국민 상호 간 불신과 의혹을 해소하고 재발방지책 마련과 함께 국민 통합의 교훈의 계기로 삼는 것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리퍼트 대사 피습의 근본적 원인을 짚고 향후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테러방지법부터 제정해야 한다. 나아가 막말 공방도 이쯤에서 끝내기 바란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심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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