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 일교차가 많이 심하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기운이 아직 뼛속을 아리지만, 한낮에는 겉옷을 벗을 정도로 따뜻하다. 이는 올해도 봄이 왔다는 증거다.

1년 24절기 중 지난달 봄이 왔다는 ‘입춘(立春)’과 봄비가 내리고 싹이 난다는 ‘우수(雨水)’가 지났고, 지난 6일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었다.

1년 중 봄이 오고, 나무에 싹이 나고, 개구리가 깨어나는 3절기가 지났다면 완연한 봄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 위치한 화훼단지를 찾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형형색색의 꽃들과 눈을 의심할 정도로 맑은 녹색 자태를 자랑하는 각양각색의 나무들을 구경하고, 몇 그루의 봄을 알리는 식물을 샀다.

그 꽃들과 나무들을 옆에 두고 향기와 아름다운 자태를 보니 마음과 몸이 봄을 느끼는 듯 포근하고 상쾌해지면서 저절로 힐링이 됐다. 또 이런 꽃시장을 처음 찾은 아들 녀석은 나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마냥 신나했다.

이렇게 세상은 온통 봄기운이 만연한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다. 정치는 여전히 서로가 잘났다며 대립을 거듭하고 있고, 경제는 꽁꽁 얼어붙어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고, 사회는 매일매일 경악을 금치 못할 흉악한 범죄와 대형 사고로 얼룩져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회초리가 되고 있는 것이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이 편 ‘징비록(懲毖錄)’이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전쟁의 경위와 전황에 대한 충실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조선과 일본, 명나라 사이에서 급박하게 펼쳐지는 외교전을 비롯해 전란으로 인해 극도로 피폐해진 일반 백성들의 생활상, 전란 당시 활약한 주요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인물평까지 포괄하고 있다.

실로 임진왜란에 대해 입체적인 기록이면서 가장 객관적으로 나열한 책이다. 이 책은 또한 우리에게 반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책으로 다시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하는 교훈적인 서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제발 온 세상을 따뜻하게 뒤덮은 봄날, 징비록의 교훈을 마음속 깊이 새겨 우리 사회에도 따뜻한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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