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낯선 여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지곡동 써니밸리아파트에 사는 주민이라고 소개했다. 써니밸리아파트는 단지 내 지곡초등학교 인근에 허가된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탓에 주민들의 시름이 날로 커져 가는 곳이다.

용건은 ‘업자 편처럼 보이는’ 기자의 기사에 서운함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는 전날 써니밸리아파트 입주민 290명이 해당 지역구 시의원들의 소개로 접수한 ‘지곡초등학교 앞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축 인허가 취소에 관한 청원’의 문제점을 제기한 터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청원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었다. 시의회가 청원을 수리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을 다루고, 해당 상임위원회가 청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전망한 기사였다.

적정성 논란에 불이 붙은 이유는 청원이 공사금지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접수됐기 때문이다.

현행 청원법이나 지방자치법, 용인시의회 청원심사규칙은 재판에 간섭하는 내용 등의 청원은 수리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그제(23일) 우선 소송 결과를 지켜보자며 격론 끝에 ‘심사보류’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도시건설위도 집행부나 업자의 편인 셈이다.

하지만 도시건설위의 고민은 위원장이 심사보류 의결 전에 한 발언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절차상의 하자를 떠나 주민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차원에서 청원을 수리했다. 하지만 법은 법이다. 어떻게 결정되든(심사보류 되더라도)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축에 반대한다. 결과에 승복해 달라.”

그 어떤 말도 ‘이민’이라는 배수진을 치며 청원이 본회의에 상정되길 간절히 바랐던 청원인 대표와 주민들에게 위로가 되진 못할 것이다. 그래도 보류는 보류일 뿐, 외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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