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 육·해·공군 초급 장교들의 합동임관식이 거행됐다. 대한민국의 국방안보를 책임질 6천478명의 육·해·공군 신임 소위들이 전장의 임지로 출정했다.

임관사령장을 받은 신임 소위들은 “대한민국 장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하고 부여된 임무를 수행할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는 임관선서를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야만이 대한민국 장교의 길을 갈 수가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정예장교 자원으로 국민적 기대가 조금 더 가는 신임 소위들은 육·해·공군사관학교 출신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각 군에서는 장군이 되기까지 30여 년의 오랜 기간을 교육과 훈련, 보직과 근무를 통한 치열한 진급경쟁을 통해 우수한 자원을 선발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국가안보를 전담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근 군에서 터져나오는 각종 비리에 사관학교 출신 현역 장군들과 예비역 장군들이 줄줄이 연루되는 불명예스러운 사건들을 대하며 국민적 실망을 갖게 된다.

특히 통영함 비리 혐의로 H 전 해군 참모총장이 구속 수감됐고, J 전 해군 참모총장도 이미 뇌물사건으로 구속돼 해군의 명예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비리의 내용은 2009년 해군의 전투력 증강과 관련된 통영함에 장착할 음파탐지기 시험평가 결과서에 부실 물품임에도 불구하고 결재해 구매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해군력이 북한의 해군력에 비해 절대 열세인 점에서 해군력을 육성할 책임자인 참모총장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비리를 저지른 것은 이적행위(利敵行爲)라고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남북의 해군력을 비교해 보면 전투함정(120여 척 대 420여 척), 상륙함정(10여 척 대 260여 척) 및 잠수함(14척 대 84척)이 중과부족(衆寡不足)이라고 할 정도로 북한 해군보다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그렇기에 해군에게 신형 함정 1척 증강은 해군 전력에 매우 중요한 의미이며, 특히 잠수함 전력의 열세로 인해 대잠 공격 능력을 갖춘 통영함 같은 최첨단 구축함은 배치가 시급한 함정인 것이다. 그런데 이 구축함을 이용해 방산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개인의 사건이기 이전에 해사 출신의 안보관과 윤리관을 성찰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공군에서도 18조 원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KF-X와 관련해 기종 선정이 계속 표류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내·외적 시각이 결코 곱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 사업에 주요 책임전문가로 나선 인력들이 공사 출신이 다수인데 과연 국가안보와 공군 전력 증강을 위한 애군심(愛軍心)과 명예심으로 경쟁하는지 아니면 고용기업의 이윤을 위해서 일하는지를 자문자답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육군에서도 사단장의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과 현역 대령의 부하 장교 동성추행 사건, 방탄조끼 불량품 납품 사건 등 육사 출신 장교가 관련된 낯부끄러운 사건이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육군 역시 육사 출신들 중심의 군대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투철한 소명의식과 명예심으로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지를 자성해야 할 것이다.

자고로 장교는 국가의 간성이라 해 특별한 선발, 교육, 보직 및 관리를 한다. 따라서 직업군인이라고 하지만 직업관에 있어서 남다른 자질을 요구하는 것이다. 군인은 단순히 일하고 월급받는 직장인이어서 안 되는 고도의 명예심과 도덕성 그리고 윤리의식을 가지고, 끊임없는 인격도야를 통해 공명정대한 근무를 하며, 유사시에는 국가안보를 위해 죽음도 불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믿고 전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과 연금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통영함 방산비리 사건뿐만 아니라 군의 각종 사건·사고에 육·해·공군사관학교 출신과 학군장교, 3사장교, 학사장교, 간호사관학교 출신 장교들 모두가 출신을 떠나서 수치심을 느껴야 하며, 다시는 연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특히 사관학교 출신들은 군을 책임지라고 부여한 소명의식을 저버려서는 안 되며, 다시는 사리사욕에 반국가안보의 범죄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

일본군의 금언에 “군인이 애전(愛錢)이면 망국(亡國)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군인된 자들이 돈을 좋아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통용되던 금언이었다.

군인의 길이 그래서 가난하고 배고프고 힘든 것이다. 끝으로 전후방 각지에서 묵묵히 부여된 임무에 혼신을 다하는 군 장병의 노고를 위로하며, 최근 잇단 방산비리에 사기가 저하되지 않기를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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