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를 활보하며 빈집을 털어온 요리사 출신 30대 남성이 아파트 14층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다 떨어져 크게 다쳤다.

25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송모(34)씨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수도권 일대 아파트를 돌며 17차례에 걸쳐 1억2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모 대학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한 송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웨딩홀 뷔페 요리사로 일하며 1남 1녀를 부양하는 건실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6월 부인과 이혼했고, 양육권도 빼앗겼다.

본인 잘못으로 이혼한 것이어서 그는 재산 대부분을 넘기고 양육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송씨는 월급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자 범죄의 유혹에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는 처음에는 빨랫줄로 자기 몸을 고층 아파트 옥상 난간에 묶고 베란다 창문으로 빈집에 침입하는 수법을 썼다"면서 "첫 범행에서 그는 현금 800만원을 훔쳤고, 그것이 인생을 바꾸게 했다"고 말했다.

손쉽게 거액을 손에 넣은 송씨는 한달 뒤인 지난해 9월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 털이범으로 전직했다.

그는 추락의 공포 때문에 5번째 범행부터는 배달원인 것 처럼 공동현관을 통과한 뒤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로 아파트 문을 뜯는 식으로 범행수법을 바꿨다.

하지만 순조로워 보이던 그의 범행은 6개월만에 갑작스레 마침표를 찍게 됐다.

송씨는 설연휴 첫날인 지난달 18일 서초구의 한 아파트 14층에 침입했다.

방안에 놓인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던 그는 별안간 누군가 걸쇠를 걸어 둔 현관 문을 열려는 소리가 들리자 베란다로 몸을 피했고, 미리 준비한 빨랫줄을 창살에 묶은 뒤 지상으로 도주하려다 40여m 아래로 추락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었던 덕분에 즉사는 면했지만 척추와 다리뼈가 분쇄 골절됐다"면서 "심각한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력 없이 쉽게 손에 넣은 돈은 벌이 따라오는 법"이라면서 "피해자 중에는 평생 모은 돈을 잃거나 결혼반지 등 돈으로 가치를 매기기 힘든 물건을 도둑맞은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송씨가 중상을 입은 점을 감안해 상습 절도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수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며, 알려지지 않은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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