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찰’이 ‘땅콩 회항’보다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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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찰’이 ‘땅콩 회항’보다 더 큰 문제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5.03.2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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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또다시 ‘삼성의 사찰’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지난 13일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민원인과 삼성테크윈 노조지회장 등을 감시·미행했다고 하며, 이에 대해 16일 최치훈 사장이 “민원인 동향을 감시한 데 대해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글을 블로그에 게재하고 이 사건의 책임자를 보직해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회사가 사건을 일부 임직원들의 돌출행동쯤으로 축소하려고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사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2년에도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 4명이 대포폰과 렌터카를 이용해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바 있었는데, 당시에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번에 민원인에 대한 사찰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노조 간부에 대한 사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는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인지 의심스럽다.

하기야 과거 삼성그룹은 노조를 결성하려는 직원들을 사찰한다는 의혹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2011년 삼성에버랜드 노조 결성자에 대한 사찰,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서비스노조에 대한 사찰 등이 그 예이며, 삼성SDI의 사찰 책임자를 그룹 차원에서 승진시킨 일도 있었다.

‘사찰(査察)’은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서 일제강점기 시절에 자행된 ‘일본 밀정(密偵)에 의한 독립지사 사찰’을 떠올리게 하는 소름끼치는 불법행위인데, 삼성이 왜 이런 끔찍한 불법행위를 반복적으로 자행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은 이번 사찰과 관련해 민원인에 대해서 뿐 아니라 노조 간부에 대해서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기존의 ‘무노조경영원칙’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본다.

삼성은 무노조경영을 ‘신성한 것인 양’ 떠받들어 왔으나 이는 ‘위헌적이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만 한다. 우리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들에게 ‘단결권(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과 대등한 관계에서 근로조건을 협상하고 타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이다.

말하자면 ‘노사자치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권리로서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 측이 ‘무노조경영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바로 ‘헌법 위반의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며, 이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에도 반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이 위헌적이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하는 행태를 지속하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이 대기업의 ‘갑질 횡포’라고 해서 크게 사회적 비난을 받은 바 있었는데, ‘삼성 사찰’은 이보다도 비난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땅콩 회항’은 다소 우발적으로 발생된 개인적 일탈사고의 측면이 있으나 ‘삼성 사찰’은 계획적·조직적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사법당국은 엄정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찰로 인한 법률리스크(Legal Risk)’가 너무너무 크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인식하도록 해 줘야 한다. 만일 이번에도 ‘무혐의’로 종결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국민들의 비판의 화살은 사법당국으로 향할 우려가 크다.

지난 22일로 창립 77주년을 맞은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최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며 ‘뉴 삼성’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삼성이 21세기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을 지속하려면 이제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사고의 대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건전한 노사관계 파트너십이 삼성을 더욱 견실하게 발전시키리라 생각된다. 삼성이 앞으로도 노조를 부정하면서 사찰을 계속한다면 ‘사찰 상습범’이라는 오명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손상됨으로써 국내외로부터 치명적인 ‘평판(評判) 리스크(Reputation Risk)’를 떠안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삼성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이제 ‘무노조경영원칙’을 과감히 내려놓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삼성이 잘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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