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세계 책의 수도’ 사업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인천시가 발표한 ‘책의 수도’ 추진 현황을 보면 다음 달 22일 ‘인천의 기록문화 탐방’을 시작으로 24일 ‘아라뱃길 리딩보트’까지 개막 주간행사 일정 등 종합적인 내용을 제시했지만,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일정과 프로그램이 확정되지 못해 정작 알맹이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도서관은 협의에서 철저히 배제돼 행사 전체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는가 하면, 국비도 확보하지 못해 자칫 동네 잔치로 전락할 우려마저 든다.

당초 인천시는 세계 책의 수도를 유치하면서 국·시비 80억 원을 확보해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시 재정난과 국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초 행사 규모를 절반 수준인 42억 원으로 축소, 이마저도 국비 확보에 실패하고 시비마저 깎이면서 행사를 불과 1개월 앞두고 예산을 다시 14억여 원으로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행사 예산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알맹이 중 하나인 해외 유명 작가의 섭외가 불가능해졌고, 또 국비로 진행하려고 했던 전자출판산업 육성사업을 비롯한 배다리 고서점가 활성화를 위한 환경개선사업, 기념도서 출판 등도 보류됐다.

이번 사업이 산업도시로만 인식돼 온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재창조하는 계기가 될 둘도 없는 기회임에도 1년 이상을 허비한 인천시의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관의 전담부서 업무 차원을 넘어 모든 공무원과 관련 기관, 시민단체 등이 합심해 실천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성공적인 개최를 장담하기 어려운 판에 정작 책을 관리하는 도서관을 협의에서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행사를 추진했다는 것도 문제다.

 이 사업을 단지 일회성 행사로 치부해선 안 된다. 향후 지속될 수 있는 정책과 구체적 프로그램으로 연결돼야만 하는 행사임을 잊은 듯해 염려스럽다.

인천시는 ‘책의 수도 인천’ 사업을 통해 문화도시로서의 인천의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시의 품격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행사 성공이 가져올 경제적 시너지 효과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시의 이러한 바람처럼 인천시민 역시 이 사업을 통해 문화 역량을 제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책을 통해 도시와 시민이 한층 문화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출판문화를 선도하는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인천이 됐으면 하는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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