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맹추위가 물러가 걷기 좋은 계절이 왔지만 미세먼지가 발목을 잡는다. 이맘때 일기예보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거듭 예보하는데, 세계보건기구는 잠시 걸어도 입안을 버석거리게 하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그림자가 생기니 분명히 맑은 날이지만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OECD 국가들의 거의 두 배나 심각하다고 환경단체는 경고하는데, 관련 전문가는 미세먼지 발생은 중국보다 국내 원인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라는 예보가 나올 때마다 서편 하늘을 원망했는데, 정작 우리의 폐를 공격하는 1급 발암물질은 중국이 아니라 우리 서편 해안을 차지한 화력발전소에서 막대하게 배출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허파꽈리에 박히는 초미세먼지는 발전소마다 갖춘 고액의 최첨단 집진기로 차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m 가까운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쏟아내는 미세먼지는 편서풍을 타고 인근 도시의 시민들부터 괴롭힐 텐데, 영흥도에서 쏟아지는 미세먼지는 인천시 300만의 허파를 위협한 뒤 서울로 날아들 것이다.

수도권에 미세먼지를 뿌려대는 80만㎾급 화력발전소 6기를 영흥도에서 가동하는 남동화력㈜은 같은 장소에 비슷한 규모로 2기를 더 지으려 애를 쓴다.

그것도 미세먼지가 지독한 석탄 화력으로. 문제는 미세먼지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발전소 한 기마다 1초 50t의 온배수를 배출해 바다의 수온을 높이며 주위 해양생태계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던가. 어획고가 줄어드는 원인이 되는데 문제는 더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걷잡을 수 없이 토해낸다.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인천시에 할당된 양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국제 움직임은 머지않아 이산화탄소 배출의 총량을 규제하려 나설 텐데,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발전 규모를 줄이지 않는다면 인천시는 공업단지의 확장과 건물 신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은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실업자를 늘릴 가능성을 높일 텐데, 해산물을 잃고 미세먼지까지 뒤집어쓰는 인천시는 남동화력㈜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인천시민에게 주는 전기요금의 혜택도 없다. 정의로운 현상은 분명히 아닌데, 일각에서 터빈을 돌린 열을 활용하자는 대안의 목소리가 들린다.

발전용 터빈을 돌린 고온·고압의 수증기는 차가운 바닷물로 식혀 물로 바꾼 뒤 다시 보일러로 보내고, 수증기 식힌 바닷물은 온배수가 돼 해양생태계를 교란하는데 식기 전의 수증기를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바다로 막대하게 버리는 열을 난방에너지로 활용한다면 영흥도와 대부도는 물론 시흥시와 안산시, 그리고 인천시까지 이용 가능하다고 계산한다. 시설 재배 농장과 공장의 열 공급도 가능하다고 하니 발전소에 열을 안전하게 활용하게 하는 장비를 추가할 방법을 연구할 이유는 충분하다.

열을 난방과 산업에 활용하는 만큼 발전용량은 줄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발전용량이 충분하다. 전기의 공급과 소비를 효율화하면 발전소를 늘리지 않아도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사례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명됐다.

 무엇보다 미세먼지로 골머리 앓는 국가마다 화력발전소를 줄이려 노력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전기보다 시민의 건강이 더 중요하지 않던가.

시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라면 규모가 거대한 발전소보다 지속가능한 지역의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생산해야 옳다. 청구서를 내놓지 않을 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온배수와 핵폐기물이 없는 태양과 바람이다.

영흥화력발전소의 규모를 당장 줄이기 어렵다면 남동화력㈜은 버리는 열에너지를 지역에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난방과 전기 생산을 병행하면 에너지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석탄을 난방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된 법이 있더라도 열 활용에 관한 연구는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나. 인천시민의 일방 희생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남동화력㈜에게 인천시는 목소리를 내야 하고, 에너지 효율화를 생각하는 정부는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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