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에는 무작정 떠나진 않았다. 한 달 가까이 틈틈이 정보를 수집했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돌아와 생각해 보니 변수가 많았던 것.

지난해 쿠데타 이후 달라진 현지 사정, 통상 혼자 떠나던 여행에 동행한 3명의 친구들 등 사전에 그렸던 여행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무작정 떠났던 때보다도 뒤죽박죽됐던 일정들이었다.

책이나 블로그, 지인 등을 통해 알고 갔던 점과 달랐던 점을 팁(Tip·본문과 괄호) 형태로 4박 6일간 태국 여정을 소개한다.

# ‘항공사 슈퍼 갑질’(?) 때문에 엉켜 버린 일정
준비 과정부터 온전치 못했다. 설 명절 연휴, 본래 5박 6일의 일정을 계획했지만 ‘아시아아틀란틱항공’의 ‘슈퍼 갑질’ 때문에 4박 6일이 돼 버렸다. 출발 약 2주 전, 한 달 전에 예약했던 스케줄이 변경됐다고 일방적으로 통보가 온 것이다.

   
 

이때야 알았다. 알아보니 규정상 항공사의 그런 태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시아아틀란틱항공뿐 아니라 다른 항공사 또한 그런 위치에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이 사장 일가의 ‘슈퍼갑’ 논란으로 한창 떠들썩했지만, 항공사는 여전히 슈퍼갑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그냥 취소해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 괘씸한 탓에 마음은 그렇게라도 작은 반란을 일으키라 조종하고 있었지만 날이 날인지라 대안이 없었다. 항공권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강행했다.

아시아아틀란틱항공은 태국에 본사를 둔 항공사로 한국에는 지점이 없다. 다만 국내 업체인 세련항운에서 판매를 대행하고 있었다. 정규 운항이 아닌 전세기(통상 일정 시즌 혹은 기간 동안만 운항하는 방식) 운항이었다.

우리 일정에 인천공항 이륙은 24일 오전 11시. 6시간여 날라간 끝에 태국 수완나폼공항에 도착했다. 현지시간은 오후 3시. 바로 이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당초 변경 전 스케줄상으로는 현지 도착이 정오 혹은 늦어도 오후 1시 이전이었다. 이럴 경우 바로 방콕시내로 향하면 됐지만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의 애매한 시간 때 도착하니 시내에 가도 마땅히 할 일을 찾기 어려웠다.

▶팁=그래서 내린 결정이 먼저 파타야로 가는 것이었다. 어차피 방콕시내에서 파타야로 향하든, 공항에서 파타야로 향하든 한 시간 반이라는 비슷한 이동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애매한 시간대는 그냥 이동시간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당초에는 ‘방콕-파타야’ 일정을 예상했지만 운항 스케줄 변경으로 ‘파타야-방콕’으로 바꿨다.

# 벨트레블버스 타고 공항에서 파타야로!
그런데 여기서 또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다. 수완나폼공항 2층에서 스마트폰의 유심칩을 갈아 끼고(태국 내에서 3G로 쓸 수 있는 유심칩을 구입하면 일정 시간 통화도 가능하고 데이터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bluekey1/220126061908 참고) 1층 8번 게이트에 있다던 파타야행 버스 매표소를 찾기 어려웠다.

수완나폼공항에서 파타야로 가는 방법은 크게 택시와 버스 두 가지인데, 택시는 가격(태국돈 1천500~2천 밧, 한국돈으로는 5만~6만 원 정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참고로, 직접

▲ 워킹스트릿 입구.
시도해 보진 않았지만 택시는 공항 1층 택시 정류장이 아닌 공항 3층 출국장에서 공항으로 오는 택시를 잡아타는 게 번잡하지 않다).

자세히 살펴보니 8번 게이트 바로 옆에 하나의 부스(책상·공항 내에서 게이트를 바라봤을 때 오른쪽)가 있었고, 그 바로 옆에 두 명 정도가 앉아 있는 부스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두 명이 앉아 있는 부스가 파타야행 매표소로 이 매표소 기준, 왼쪽은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는 ‘룽르앙버스’ 표를 팔았고, 바로 오른쪽은 국내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벨트레블버스’ 표를 팔고 있었다.

국내에서 알아본 바로는 벨트레블버스의 경우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으면 좌석 확보가 어렵다고 해서 애초부터 룽르앙버스를 타려 표를 물어봤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가장 빨리 떠나는 버스가 2시간 30분 뒤인 오후 7시 30분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요즘 소위 말하는 ‘멘붕’이 왔다. 한쪽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를 보니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았다. 다만 표가 이미 다 나간 모양이다. 룽르앙버스가 130밧 조금 넘는 가격, 벨트레블버스가 250밧임을 감안했을 때 아마도 낮은 가격의 버스 좌석이 빨리 소진됐으리라.

정신을 가다듬고 혹시나 해서 벨트레블버스 쪽에 가서 물어보니 다행히도 6시에 출발하는 버스 좌석이 있었다(벨트레블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가 아니고 대략 두 시간 혹은 한 시간 반 정도의 텀이 있다. 자세한 시간표는 홈페이지 www.belltravelservice.com에 나와 있다).

▶팁=수완나폼공항에 내리자마자 2층으로 향해 유심칩을 갈아 끼우려는 여행객들이 많다. 특히 한국 여행객이 많은데,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30분~1시간여 정도 기다려야 한다. 차라리 먼저 1층으로 내려가 버스 시간을 확인한 뒤 표를 끊은 다음 2층으로 올라오는 게 효율적이다.

여기서 하나 더! 수완나폼공항 내 에스컬레이터는 어떤 층은 상행을, 어떤 층은 하행을 막아놨는데, 다른 에스컬레이터 혹은 엘리베이터를 찾으려 헤매지 말자. 옆에서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여권을 보여 주면 열어주기 때문이다.

# 워킹스트릿의 밤…유흥가 모여 있는 번화가
어찌됐던 우리 일행은 지체할 것 없이 벨트레블버스 표를 끊었고, 예약한 호텔까지 픽업해 주는 서비스가 있어 한국에서 예약했던 호텔 바우처를 보여 줬다. 파타야에 도착하니 대형 버스에서 내리면 각 호텔로 향하는 밴 차량으로 갈아타고, 밴 차량이 호텔까지 이동시켜 주는 시스템이다.

▲ 파타야 워킹스트릿 내에 위치한 무에타이 클럽.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8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호텔은 파타야에서 유명한 ‘워킹스트릿’과 가까운 곳을 잡았기 때문에 일단 짐을 내리고 워킹스트릿으로 향했다. 워킹스트릿은 현지인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안내해 준다.

걸어다니기에 충분한 워킹스트릿은 한마디로 유흥가 밀집지역이다. 유니폼을 차려입은 ‘거리의 여인’들이 성인클럽으로 호객 행위를 하기도 하며, 워킹스트릿 인근 해변에는 일반 여성들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로 쭉 늘어서 있다. 밴드들이 공연을 하는 펍이나 무에타이를 시연하는 클럽 등도 있으며, 곳곳에는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알던(?) 것과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태국을 떠나기 전 이미 태국을 다녀왔다는 한 후배가 파타야(워킹스트릿)에는 ‘홍등가’만 건물로 7곳이나 된다고 귀띔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다녀온 기억(암스테르담 번화가에는 정부에서 허가를 내 준 홍등가가 늘어서 있어 하나의 관광지로 유명하다)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분위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러 찾으려 하지 않아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틀 동안 단 한 곳도 목격되지 않았다는 건 무엇인가 이상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검색을 해 보니 지난해 쿠데타 이후 파타야의 ‘밤문화’를 정부에서 규제 혹은 개선시키려 한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팁=워킹스트릿은 특별한 계획이 없더라도 길 따라 쭉 구경을 하면 된다. 단, 워킹스트릿을 벗어나 썽태우(트럭을 개조한 차량. 버스와 택시의 중간 개념으로 운전석 뒤 화물공간이 좌석이다)를 타고 파타야를 이동할 때는 꼭 알아 둬야 할 점이 있다.

파타야 남쪽(워킹스트릿 부근)과 북쪽은 도로가 평행선 혹은 11자 모양의 일방으로, 썽태우는 이곳을 마치 순환선처럼 운행한다.

▲ 파타야 길거리에서 술을 팔고 있는 미니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올 때는 파타야비치 바로 앞 도로에서, 반대로 올라갈 때는 파타야비치를 등지고 한 블록 더 올라가서 타면 된다.

이때 썽태우는 남북 어느 쪽 끝에서 어느 쪽 끝을 가든 중간에 내리던 무조건 1인당 10밧이다(이 두 일방도로 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는 흥정이 필요하다).

이곳을 지나는 썽태우는 손을 들고 세우면 되고, 내릴 때는 좌석 인근에 부착된 벨을 누르면 된다. 지나는 여행객들을 보고 자주 멈추거나 경적을 올리는 썽태우는 대개 순환선 10밧짜리다.

친구 중 한 명이 이를 잘못 알고 4명 기준 40밧을 내면 되는 걸 200밧을 냈던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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