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세금으로 건립한 문학야구장 명칭을 시민 의견 수렴도 없이 ‘인천SK행복드림구장’으로 바꿔 물의를 빚고 있다.

문학구장이 갖는 상징성을 포기하고 인천시가 SK에 야구장 이름을 팔아먹었다는 지적이 시민들은 물론 야구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 SK㈜, SK 와이번스는 3자 협약을 통해 문학야구장 명칭을 ‘인천SK행복드림구장’으로 새롭게 명명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SK는 앞으로 3년 동안 구장 명칭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시에 일정 금액을 지불할 것을 약속하고 현재 금액 산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시와 SK는 명칭 사용 금액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 차례 공모 절차도 없이 임의로 명칭을 확정하고 서둘러 발표했다.

오히려 SK는 보도자료를 통해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수원 kt위즈파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 이어 4번째로 야구장 명명권을 갖게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광주의 경우 기아가 구장 건립비 994억 원 중 300억 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를 사용하게 됐고, 수원 kt위즈파크는 기존 수원야구장을 290억 원을 투입해 2만5천 석 규모로 증축하는 조건으로 25년 동안 임대받았다.

대전 한밭야구장이 공식 명칭인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프로야구 시즌에만 사용한다. 대전시가 한밭야구장을 리모델링하는 데 62억 원을 투자한 한화구단에 성의를 표시한 것이다.

반면 SK는 지난해 40억 원을 들여 개·보수했지만 이 또한 인천시와 사업비를 나눠서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며 야구장 명칭 사용권을 갖는 명분이 타 구단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아울러 시는 구장 명칭 변경으로 수십 개에 달하는 표지판 등을 바꿔야 하는 비용도 지출해야 한다. 도로에 이정표 역할을 하는 표지판은 270만~310만 원으로 어림잡아도 3천만 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시민 장모(28)씨는 “인천에서 SK는 특별한 기업이 아니다”라며 “현대가 울산시민들에게 특별한 기업인 데 반해 인천시민들에게 SK는 그런 기업이 아니다. 잠실구장이나 목동구장처럼 지명이 남아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팬들도 구장 명칭을 변경하게 해 준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이다.

SK 창단부터 팬으로 함께 했다는 김모(31·여)씨는 “오랫동안 써 왔던 문학구장이라는 고유명사가 없어지는 거라 매우 아쉽다”며 “인천, 문학이라는 우리 시의 고유 이미지보다는 SK라는 기업의 이미지가 강해지는 것을 인천시민이나 팬의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원일 SK 와이번스 사장은 “기업과 스포츠구단이 협력해 구장 내·외부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프로야구 역사가 깊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일반화된 것”이라며 “SK 역시 다양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수준의 구장으로 발전시켜 팬들에게 더 큰 행복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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