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영덕 인하대병원 통증센터 센터장

 대상포진후 신경통. 다소 생소한 이 질병은 그 고통이 실로 대단하다고 합니다. 인간이 느끼는 통증 중 손꼽힐 정도라고 합니다. 스치기만 해도 통증 때문에 자지러질 정도라고 합니다. 게다가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이 감기몸살과 비슷해 자칫 잘못하면 후유증으로 심하게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대상포진이란 바이러스성 피부질환입니다. 수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나타나 발생하는데 등이나 가슴, 배 등에 수포가 생기는 질환입니다.

 대부분은 수포가 먼저 생기고 수포가 생긴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나, 가끔 심한 통증이 먼저 나타나고 수포는 며칠 지난 후에 생기는 경우에는 디스크나 오십견, 근육통 등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체의 질병 저항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때 대상포진이 발병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외상, 척수종양, 백혈병 등 세포성 면역에 장애가 있어도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문제는 대상포진이 워낙 생소하다 보니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예전에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졌던 대상포진이 젊은 층에게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과로와 스트레스, 환경오염 등 급격한 생활 변화로 인한 신체 면역력 저하가 오기 때문입니다. 대상포진은 특별히 계절의 영향을 받는 건 아니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는 환절기에 발병하기 쉽습니다.

또한 수두를 한 번 앓았던 사람에게 나타나므로 어린이보다는 20대 이상의 성인에게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입니다.

초기 증상은 몸 한쪽 부위에 통증이 오는 걸로 시작합니다. 바이러스가 신경 줄기를 따라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입니다. 평소 경험해 보지 않은 통증이 몸의 어느 한쪽에만 나타난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게 현명합니다.

두통을 호소하거나 팔다리가 저리다는 환자분도 있고 호흡곤란, 근육통, 복통 등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분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 마비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수포는 몸의 한쪽 편으로 나타나는데 흔히 몸통에 생깁니다. 얼굴 부위의 신경에도 바이러스가 침범할 수 있으므로 수포가 얼굴에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만일 수포가 눈과 귀 주위에 생긴다면 영구적인 시력 및 청력 손실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물집이 드문드문 나타나다가 점점 뭉치면서 띠 모양이 됩니다. 물집이나 수포는 2∼3주간 계속될 수도 있지만 치료 후에는 심한 경우가 아니면 흉터 없이 사라집니다.

대상포진은 초기 치료가 중요합니다. 젊은 사람의 경우 대부분이 바이러스가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고 수포가 사라지면 흉터도 통증도 없이 가볍게 지나갑니다.

하지만 중년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피부의 병변이 원래의 상태로 깨끗하게 나았다 하더라도 후유증으로 수포가 생겼던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겪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대상포진후 신경통’입니다.

이는 치료가 끝난 후에도 대상포진을 앓았던 부위의 신경이 파괴돼 생기는 ‘신경병증성 통증’이 일정 기간 혹은 수년간 지속되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대상포진 후에 평소 경험해 보지 않은 통증이 대상포진이 생겼던 부위에 생겨나거나 지속된다면 ‘대상포진후 신경통’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대상포진후 신경통’은 엄살로 오해받는 대표적인 통증입니다. 이것의 증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통증과 쑤시는 듯한 통증, 간헐적인 예리하고 찌르는 듯한 통증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대상포진후 신경통은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통증이며, 환자 중 50대 이상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중년 이상의 연령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초기에 통증전문의의 적극적인 치료를 잘 받아야 만성 통증의 고통과 그 기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신경치료가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항경련제와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데 신경통이 나타날 확률을 낮춰 주고 통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발병 초기에 적극적인 신경차단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교감신경 차단과 신경근 차단이 대표적인 방법이고, 고주파 열응고술을 쓰기도 합니다. 치료 시기도 중요합니다. 통증이 나타나고 빠른 시일 내에 치료해야 신경통이 만성으로 갈 가능성이 낮습니다. 치료 효과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떨어집니다.

원인이 되는 대상포진의 예방을 위해서는 휴식과 안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신체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과로와 스트레스를 가능한 줄이고, 정기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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