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사리울중학교에 학부모 대상 강의를 하러 갔었습니다. 학부모총회와 겸해 열려서 그런지 수백 명의 학부모들께서 강당을 꽉 메우셨더군요. 바쁜 일정에도 많이들 참석하신 까닭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만큼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현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오후에 진행된 강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습니다. 그만큼 열의가 대단한 자리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방송하면서 경험했던 소통 이야기와 자녀 소통 관련 책의 저자로서의 여러 말씀을 드렸는데 많이 공감해 주시더군요. 강의 주제는 ‘자녀와 행복하게 소통하기’였습니다.

가정에서 자녀와의 소통만 제대로 된다면 풀릴 문제는 참으로 많습니다. 즉, 올바른 소통이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몇 가지 화두를 던졌습니다. 부모와 자녀 모두 행복하신지, 소통이 잘 되고 계신지,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소통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 자녀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등이었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OECD 34개국 가운데 33위입니다. 최하위 수준입니다. 자녀들의 행복도는 더 문제입니다.

 작년(2014년)에 UN 산하기구인 UNICEF의 행복지수 모델을 적용해서 어린이와 청소년 6천9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OECD 국가 중 최하위였습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가족에 소속감을 느낀다’ 등의 설문에는 OECD 평균의 절반만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속상합니다. 자녀들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단 한 사람도 없을 터인데 어쩌다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극도의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 등 많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덧붙여서 가정에서의, 가족 간의 소통 문제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강의를 할 때마다 질문을 드리면 부모님들은 대체로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한다고들 대답하십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대답은 많이 다릅니다.

초등학생의 약 30%가량, 그리고 중고생의 거의 50%는 하루에 부모와 단 10분도 대화하지 않는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방정환재단, 연대사회발전연구소의 공동 연구 결과입니다. 그러니까 ‘대화’에 대한 체감이 서로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대화는 마주 대해 서로 주고받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주로 이야기하고 상대방은 주로 듣기만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대화가 아닙니다.

서로가 충분한 이해와 배려의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하게 하고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화 내용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부모님과 나누는 주요 대화 내용을 물었습니다. 결과는 학교와 학원생활(29.6%), 공부와 성적(17.9%)이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인생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들과 주로 나누는 대화 내용이 이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한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성적에 대한 압박(23.3%), 학습 부담(20.8%)이 1, 2위였습니다. 물론 학생들의 본분인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요.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녀들 잘 되라고 하시는 말씀일 터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책 그만 읽고 공부해라, 음악 그만 듣고 공부해라, 밥 빨리 먹고 공부해라 등등 밑도 끝도 없이 공부하라는 이야기만 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공부하란다고 잘 하던가요? 아마 부모님들 대부분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시면 답을 잘 아실 겁니다.

아무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나가는 것이 바로 청소년기에 있어야 할 중요한 과정입니다. 바로 그 과정에 부모님들이 함께 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면 그 누구보다도 본인이 먼저 공부에 매진하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자녀와의 행복한 소통을 원하십니까? 그러면 대화 주제부터 바꿔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자녀와의 대화를 되돌아보고 개선할 점을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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