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부패하고 무능한 군대를 ‘당나라 군대’ 또는 ‘장개석 군대’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장개석 군대는 회의 때문에 망했다”는 유행어가 있었는데, 이러한 우스갯소리는 군대의 알맹이 없는 지루한 회의에 군 간부들이 투덜대던 말이었다.

혹시 우리 군대가 요즈음에도 쓸데없는 회의에 전투력을 낭비하지 않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전승국의 하나였던 중국 장개석 군대의 패망은 아시아의 근대사에 가장 안타까운 결과로써 신생독립국인 대한민국의 운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그 여파 속에 역사의 흐름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로이드 E. 이스트만(1929~1993)은 「파멸의 씨앗: 전쟁과 혁명 속의 국민당 지배 중국, 1937~1949」에서 장개석 군대의 패인을 세밀하게 분석했고, 「장제스는 왜 패하였는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알려졌다.

이 책의 제6장 ‘항일전쟁과 국민정부군’과 제7장 ‘국민정부군과 공산군의 싸움’에서는 패장들의 증언을 통해 미군의 지원까지 받았던 300여 개 사단의 대병력과 전투장비를 가진 국민정부군이 왜 패망했는지를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국민정부군 내부의 부정부패와 비리로 인해 자멸(自滅)했다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닐 것이다.

1945년 항일전쟁을 마치고 국공내전(國共內戰)이 개시될 무렵, 장개석 군대는 8년에 걸친 항일전으로 그야말로 군 기강이 무너진 오합지졸의 군대였다. 특히 군 지휘관의 부정부패와 비리, 병사들의 군 기강 해이와 사기 저하로 전투력은 무너지고 있었다.

더욱이 군지휘관들이 미군이 원조한 무기와 탄약을 뒤로 빼돌려 모택동의 공산군에게 팔아넘겨서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증언은 장개석 군대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이미 장개석 군대에는 파멸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때를 놓치지 않고 모택동의 공산군은 인민들의 환심을 사는 토지 개혁과 봉건제도 타파 등 고도의 전술·전략과 16자(字) 전법으로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중국 전역을 장악해 나갔다.

이런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장개석 군대는 군대 내 파벌 싸움, 반목과 질시, 배반과 투항이 이어졌으며 공산군의 첩보 공작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장개석 군대의 총참모부 차장인 류페이 장군이 공산군의 고위 간첩이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러니 장개석 군대는 내우외환(內憂外患)도 모자라 자중지란(自中之亂) 그리고 36계 줄행랑(走爲上)으로 결국 패망해 타이완으로 도주했고, 1949년 국공내전의 종지부를 찍었던 것이다.

다시 거론하기에도 장개석 군대의 패망은 소위 ‘전략이라든가, 화력장비의 열세라든가, 병력의 부족이라던가’ 하는 전쟁원론적인 원인이 아니라 한마디로 ‘국민당과 군대의 부정부패 비리’의 결과였다고 정의할 수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는 지난 역사의 사건을 통해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잊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에 터져나온 ‘일광게이트’는 우리 군이 단순하게 방산업자의 마수(魔手)에 놀아난 사건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현역과 예비역의 대규모 조직적인 부정비리의 커넥션으로 본다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利敵行爲)에 준한다고 할 것이다.

 장개석 군대의 패망 스토리는 결코 먼 옛날의 이야기도 아니고 66년 전 생생한 사실(fact)아닌가? 전시작전통제권의 연기 및 재연기라는 초유의 안보 사태가 발생한 것도 알고 보면 국방안보를 책임진 국방부의 국방 개혁 실패에서 온 것이라고 단언(斷言)할 수 있다.

국방 개혁의 실패는 2006년 12월 1일 국회를 통과한 ‘국방개혁 기본법’이 정권마다 2~3년 주기로 손질을 해대면서 일관성과 지속성의 단절에서 그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국방 개혁의 실패는 방산비리가 가장 큰 단초가 돼 이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일광게이트’로 터진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번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단호한 의법처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군의 장교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직업윤리관 그리고 명예심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이 또한 심각한 안보위기로 보고 정신무장을 다시 해야 한다.

국방장관을 비롯한 전 간부는 제2의 창군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숙정(肅正)을 단행하고, 군 기강을 올바르게 세워야겠다는 다수의 국민 여론을 전하고자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