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우려할 만큼 낮아졌다.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들은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새누리당의 친이계(친이명박계) 좌장 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자원외교비리 수사 등 이명박정부를 겨냥한 사정 논란과 관련해 “그때(이명박정부 때)는 가만뒀다가 정권이 바뀌면 (수사)하니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감사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추락했다. 얼마 전에는 억대 뇌물 수수사건이 발생하더니 최근에는 소속 공무원들이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한국전력과 계열사 직원들에게서 술 접대도 받았다고 한다) 국가 최고 감사기구인 감사원이 체면을 잔뜩 구기게 됐다.

부정부패를 단속하고 시정해야 할 사정기관들이 모두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국가의 감사기구는 그 소속을 기준으로 할 때 입법부형·집행부형·독립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하에’ 두므로(헌법 제97조) 집행부형에 해당한다.

그런데 감사기구를 집행부형으로 운영하게 되면 집행부 수반으로부터의 영향이나 압력을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미국·영국 등과 같이 입법부형으로 운영하거나 또는 독일·프랑스·일본 등과 같은 독립형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법학자들도 있다. 그렇지만 감사원을 집행부형에서 입법부형 또는 독립형으로 개편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감사원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국회에 별개의 감사기구를 설치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을 것이다. 첫째, 국회에 소속된 감사기구이므로 집행부 수반으로부터의 영향이나 압력을 받을 우려가 감소될 수 있다.

둘째, 입법활동을 하고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 국회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예컨대 감사 결과를 입법에 반영할 수도 있고 ‘수박 겉핥기식’이라고 비판받는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를 보다 실효성 있게 할 수 있다).

셋째, 국민 대표 기관으로서의 국회에 소속된 감사기구이므로 국민의 입장에서 더욱더 충실하게 감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예컨대 검찰이나 감사원이 놓친 부정부패도 감사할 수 있다).

감사원과 별도로 국회에 별개의 감사기구를 신설하는 것은 ‘중복’과 ‘낭비’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기능 중복을 가급적 피하면서 소규모로 설치하면(예: 30명 내외의 감사관으로 운영) 그런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국회 소속 감사관들이 국민들의 민원이 있는 곳과 부정부패의 의혹이 있는 곳을 찾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역 없이 암행어사처럼 감사활동을 수행하면’ 부정부패 방지를 통한 세금 절감의 효과가 감사기구 운영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라 예상된다.

특히 검찰이나 감사원이 ‘정권이 바뀐 후에야’ 수사 또는 감사에 착수하는 행태를 보임에 따라 부정부패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사례가 많았었는데, 국회 감사기구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부정부패가 발생 또는 진행 중인 시점에서 초기에 감사에 착수하게 되면 부정부패 규모가 커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3일 감사원은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사가 그동안 해외자원개발에 31조4천억 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34조3천억 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지만 이런 천문학적 액수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검찰과 감사원이 좀 더 일찍 나섰더라면 투자 손실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최근 논란이 되는 방산비리나 포스코건설 비자금 비리의 규모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군 장성들이 개입된 방산비리 등 각종 비리 뉴스를 접하면서 “나라가 보전됨이 희한하다”라는 개탄이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과 감사원이 그동안 뭐하고 왜 하필 (정권이 교체된 지 3년이나 지난)지금에서야 수사와 감사를 진행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 감사기구를 설치해 운영하면 검찰과 감사원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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