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의학 분야를 담당했을 당시 한 척추전문의가 이런 말을 건넸다. “모든 질병은 사실 유전병이다.

생각해 보라. 똑같이 소파에 비스듬히 눕는 습관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허리가 아프다고 병원을 찾는 반면 어떤 사람은 멀쩡하다. 유전이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는 비단 이 의사의 의견만은 아니다. 현대의학 자체가 ‘가족력’을 간과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가족력 질환과 유전적 질환은 차이가 있다. 유전적 질환은 말 그대로 특정 유전자나 염색체의 대물림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고, 가족력 질환은 생활 습관 등 동일한(비슷한) 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끼친다.

현대의학은 가족력에 대해 “3대에 걸친 직계가족 또는 4대에 걸친 사촌 이내에 같은 질환을 앓은 환자가 2명 이상일 때 ‘가족력이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뇌졸중, 골다공증, 심장병, 탈모, 암 등이 있다.

그런데 현대의학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가족력 혹은 유전적 질환 같은 일상을 만날 때가 있다. 개개인으로 보면 그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국가적으로는 그런 ‘정책’도 있다.

그런 사람 또는 정책을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많다(이런 식의 문장, 어떻게 보면 특정 사람이나 정책을 꼬집는 데 스스로 부담을 느낀 탓이다).

물론 사람이 사람을 낳고 정책이 정책을 낳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가족력 혹은 유전적 질환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다.

현대의학에서도 가족력 혹은 유전적 질환을 완전히 예방할 방법은 없다. 다만 의사들은 “이런 질환이 있다면 미리미리 잘 살피고, 조기 정기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 또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공자 말씀’과 같은 식의 이야기겠지만, 같은 폐해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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