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회장

 기업을 하는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는 돈이고, 정치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권력이며, 학자나 공직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명예일 것이다.

기업을 하는 사람이 돈에 너무 욕심을 부리고 돈의 위력으로 권력을 우습게 본다거나, 정치하는 사람들과 공직자들이 돈의 유혹에 헤어나지 못한다면 결과는 패가망신으로 끝날 것이다.

사업 수완이 좋아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전문지식과 능력도 없으면서 정치인이 돼 권력을 쥔다거나, 돈으로 권력자나 정치인들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며 돈을 버는 기업인들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고 불법을 도와주는 공직자 또는 정치인들이 활개를 친다면 우리 사회는 부패와 혼란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경유착 부정부패와 관련해 스스로 자살을 선택함으로써 부정부패 고리를 밝혀 내지 못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어물쩍 넘어간 사건이 많이 있었다.

지난날을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현대 정몽헌 회장, 대우 남상국 사장, 부산 안상영 시장을 비롯해 최근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까지 억울함을 항변하며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이 외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사회 저명인사나 고위공직자들 중에는 자기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자살이 있는가 하면 순간적인 수치, 압박감, 또는 범죄행위가 세상에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살은 존귀한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는 것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동양의 유교사상에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자신의 신체 중 머리카락 하나도 자기 것이 아니고 부모님이 주신 것을 인식하라고 했듯이 자살은 어떤 경우도 나쁜 행위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동정심에 의해 자살자를 위인으로 미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이 자살하며 남긴 메모와 녹음파일이 태풍을 몰고 올 것인지 미풍으로 끝낼 것인가로 사회가 시끄럽다.

성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는 깨끗하고 아무 잘못이 없는데 재수가 없어서 사정의 표적이 됐다며 결백을 주장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그가 생전에 학생들의 장학사업에 희사한 것은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의미에서 국민의 칭송을 받고도 남는 선행이요, 모든 기업이 본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충청포럼을 만들어 지역 발전에 기여한 것은 일반 기업인의 모범으로 그의 선행은 인정해 줘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기업인이나 정치인이 자살을 하면서 관련된 인물을 유서나 쪽지로 남겨 곤경에 빠뜨린 사람은 성완종 회장이 유일하다. 그는 자신이 결백하다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렇다면 떳떳하게 법정에서 밝히지 못하고 구명운동을 하다 안 되니까 과거 돈을 줬다는 사람들의 명단을 메모로 남기고 언론사에 녹음파일을 남긴 것은 어떻게 보면 비겁하고 비굴한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한 성완종 회장의 자살은 안타까운 비극이지만 잘못이 없다면 떳떳하게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어야 했다.

고인의 주장대로 정치인이나 관료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돈을 줬다고 하면서 돈 받은 사람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서운한 감정으로 욱하는 마음에서 너 죽고 나 죽자며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부패는 그야말로 구조적 부패, 총체적 부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 역대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그 뒤를 이어 극명하게 드러난 수많은 권력층의 부패에서부터 정계·관계·재계의 정경유착 부패구조 그리고 힘 있는 권력자들의 크고 작은 압력으로 편의를 봐주는 부패가 근절되지 않고 있음이 이번 성완종 자살로 밝혀질지 두고 볼 일이다.

이제 검찰과 정부도 피의자가 자살했다 해서 그동안 수사해 온 불법과 죄상을 전례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자원외교비리 수사는 어차피 얼버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자살자가 주장한 결백에 대한 사실 여부는 정확히 조사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밝혀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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