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길의 거리를 ‘도·개·걸·윷·모’라고 한다. ‘도’로 가는 길이나 ‘개’로 가는 길이나 대세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사소한 차이다. 오십보백보라는 의미와 유사하다.

한 칸을 가나 두 칸을 가나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거기서 거기’라는 말로 피차일반, 도토리 키재기라는 말로도 응용된다.

요즘 모 방송의 예능프로에서 ‘도찐개찐’이라는 코너가 눈길을 끌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출연자가 이 코너에서 날카로운 풍자로 정치권의 ‘로비’를 언급했다.

그는 “요즘 정치 뉴스와 호텔 1층 로비가 ‘도찐개찐’이다”라며 말문을 열어 궁금증을 유발한 뒤 “다 로비다”라고 마무리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요즘 정치권은 그야말로 ‘도긴개긴’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혹여 의원들은 하나같이 불똥이라도 튈까 바짝 몸을 낮추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로 거론되고 있는 여당 인물들은 이구동성으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야당 인사들도 연루됐다는 설이 나돌면서 그동안 대여 공세를 강하게 이어오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물타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 인사들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야당이 대여 공세를 할 명분은 약해지고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로 술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지도부는 4·29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정국이 빨려들어 가면서 재·보선에 대해 식어 버린 국민들의 관심과 투표율이 통상 재·보선 수준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정치권이 이번 재·보선에서 성완종 리스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회의 민생법안 처리를 내팽개친 채 열을 올리고 있는 정치권의 ‘도긴개긴’ 정쟁에 대해 국민들의 심판은 냉정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