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청 홈페이지가 변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짐작하겠지만 ‘달라졌다’는 표현 대신 ‘변했다’는 단어를 선택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단어의 실제 의미와는 달리 일반적인 우리 말글살이에서 ‘변함’은 부정적인 변질을, ‘달라짐’은 긍정적인 변신을 뜻하기 때문이다.

육아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모 공중파 방송의 프로그램 제목이 ‘우리 아이가 변했어요’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인 것도 같은 까닭일 게다.

각설하고 용인시청 홈페이지 얘기로 돌아가자. 시는 지난주 월요일자로 홈페이지에 변화를 꾀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했다는 시의 설명과는 무관하게 가장 눈에 띄는, 아니 거북살스러운 건 홈페이지에 ‘시정’이 아니라 ‘시장’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예전과 달리 시청 홈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홈페이지 ‘대문’을 지키고 있는 정찬민 시장과 맞닥뜨려야 한다. 이름하여 인트로페이지(안내창)를 통과해야 메인 홈페이지로 접근이 가능하다.

한데 안내창 좌측 ⅓ 정도는 시장 사진이 차지하고 있다. 시가 공을 들이고 있는 줌마렐라 축구단 창단식에 참석한 정 시장이 ‘시장님 사랑합니다’ 등의 글귀가 적힌 상의 유니폼을 입고 미소를 머금는 사진을 비롯해 3장의 사진이 번갈아 뿌려진다.

인근 지자체 홈페이지를 벤치마킹했다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여기저기서 시청 홈페이지가 개인 블로그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기자는 정 시장이 나서서 이 같은 방향으로 홈페이지를 바꾸라고 지시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직책만으로도 충분히 도드라져 보이는 이들이 굳이 ‘앞줄’에 서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걸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그냥 나왔겠나.

모 후보자는 투표가 끝나기 무섭게 선거 펼침막을 철거한단다. 낙선하더라도 덜 민망하고 당선되면 겸손해 보인단다. 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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