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를 비롯한 전국공무원노조, 전교조 등이 참여한 총파업 집회가 전국 17개 지역에서 열렸다. 1만여 명이 모인 서울시청 앞 광장의 경우 전형적인 정치구호와 선동적인 문구들이 나부꼈지만 다행히 큰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

정치권이 성완종리스트와 4·29 보궐선거에 올인했고, 영향력이 가장 큰 현대차 노조는 간부들만 파업에 참여하기로 해서 그런지 예상보다 울림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핵심의제인 ‘공무원 연금 및 노동시장 구조 개혁 저지’ 역시 국민 여론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라 동력이 더욱 미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파업 주동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공무원의 경우 파면·해임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향후 노사정협의체 재시동을 감안할 때 현명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아울러 이번 파업을 통해 그 실상이 알려진 ‘불합리한 단체협약의 문제들’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개선시켜 나가는 기회도 됐으면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사·경영권 침해 조항이다. 조사대상 727곳 중 24.9% 사업장에서 인사발령 시 노조의 동의나 합의를 거쳐야만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사권을 악용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막아야겠지만,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순 없지 않겠는가. 경영의 자율성이 훼손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어 생존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는 근로자의 몫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이 밖에 30.4%의 사업장에서 채택되는 ‘고용세습 조항’도 심각한 문제다. 사실 재벌들도 경영권을 세습하고 있고, 헌법상 보장된 노사 간 자율적 합의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노조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그래서인지 한노총은 정부가 노사자율 교섭권을 침해한다며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키로 했고, 민노총은 고용노동부 장관을 이미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단체협약이 ‘법규범’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하더라도, 이것이 밖에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사회에 해로움을 끼친다면 마땅히 시정하는 게 옳지 않나 싶다. “공정한 기회의 균등은 삶의 기회들까지 평등화해야한다”라는 존 롤스의 사회정의론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남의 집 자식도 ‘자신이 태어난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동등한 삶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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