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틀 뒤인 29일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다. 아베 정권은 이번 합동연설을 성사시키기 위해 일본의 외교력을 총동원했다는 후문이다.

전후 70년의 세월을 감안했을 때, 아베 정권은 물론 미·일 양국에 있어 아베 총리의 이번 합동연설이 갖는 상징성이 그 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을 통해 비록 패전국과 승전국의 관계로 시작했지만 전후 70년 동안 공고했던 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미·일 관계 속에서 양국이 공감하고 있는 안보협력에 대한 인식을 국제사회로 확대해야한다는 구상을 설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아베 총리가 추구하는 전후체제 탈피와 역사인식 문제 정면 돌파와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2차 대전을 기점으로 벌어졌던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즉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드러낼지에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특히, 우리가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이번 연설이 오는 8월 15일 발표될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과거사 사죄에 대한 진정성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아쉽겠지만 이번에도 아베의 입을 통해 과거사에 진솔한 사죄를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베는 얼마 전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 연설에서 식민지배·침략에 대한 직접적 사죄의 표현을 넣지 않았듯이 미 의회 연설에서도 과거사에 대해 원론적인 언급을 하고 넘어간 뒤 전후 70주년 담화까지 그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아베와 아베 정권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한 우려와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 중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미·일 간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한국·중국·대만계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항의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마지막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는 외교적·정치적 역량을 총동원해 국제사회가 주목하도록 실상을 더 큰 소리로 외치고 알려야 한다.

아베의 연설문이 작성되는 순간까지 아베 정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하고, 미·일 양국의 국민들에게 아베의 역사인식의 문제점과 그 위험성을 분명하게 전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해 어떤 수준의 언급을 하느냐에 따라 한일 관계가 또 다시 요동치고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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