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오후 후배 한 녀석이 결혼을 했다. 아니지, 이제는 어엿한 가장인데 녀석이라는 표현은 좀 미안하다. 하여튼 그 후배의 결혼식을 보면서 문득 옛날 생각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다.

지난 2005년 입사 당시 나는 특별히 사귀는 여자친구가 없었다.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지만 당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중에 우연찮게 기자의 길을 가게 되면서 여자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었다.(거짓말)

그런데 1년 후일까? 남자 후배가 들어왔다. 그 녀석은 나를 좀 창피하게 만든 후배 중의 하나였다. 왜냐하면 당시 신문을 찍어내는 윤전기가 있던 우리 회사는 정기적으로 시험지 인쇄 작업이 있었고, 그때는 전 직원이 동원돼 찍어낸 시험지를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하루는 가로등 불빛 하나에 의지해 열심히 시험지를 여기저기 옮기던 중 케이크 하나가 배달됐고, 우리 회사 모양을 본뜬 그 케이크는 아주 먹음직스러웠다. 케이크 주인은 바로 나를 창피하게 만든 그 후배 녀석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후배의 여자친구가 생일선물로 보내온 것이었다. 나는 차마 그 케이크를 먹을 수 없었다. 사실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날 그 케이크는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사장님께서도 매번 나를 볼 때면 “너 그렇게 해서 나보다 일찍 결혼(38세)할 수 있겠느냐”며 놀리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당시 33세였던 나는 속으로 아무리 내가 못났어도 사장님보다는 일찍 결혼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기회가 날 때마다 소개팅을 했다. 그 결과 3년 후인 2009년 2월 36세의 나이로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면서 나를 창피하게 만든 후배와 나를 놀리던 사장님께 각각 한방씩 날렸다.

자의든 타의든간에 나를 창피하게 만든 그 후배는 조만간 결혼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아직도 미혼이고, 사장님에게는 2살 일찍 결혼하면서 내가 승리자임을 보여 드렸다.

 지금까지는 나의 결혼에 대한 에피소드지만, 우리 후배들은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하루빨리 시집·장가를 가 잘생기고, 예쁘고, 건강한 아들딸 쑥쑥 낳아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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