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도록 푸른 5월이면 꼭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운동가인 소파 방정환 선생이다. 그는 아동잡지 ‘어린이’를 발간해 어린이라는 말을 널리 사용하게 했으며 어린이날을 제정하기도 했다.

지금은 5월 5일이 어린이날로 정해졌지만 우리나라 첫 어린이날은 1923년 5월 1일이다. 소파는 그해 3월 아동잡지인 어린이를 발간한 데 이어 5월 1일 서울에서 첫 번째 어린이날을 마련해 기념식을 가졌다. 어린이날은 어른들에게 어린이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게 하고, 어린이에게는 앞날의 주인공임을 강조하는 뜻깊은 명절로 삼았다.

하지만 초기 어린이날은 3·1운동 이후 항일운동 형태의 어린이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 일제의 탄압과 어른들의 좌우 이념 대립으로 결국은 두 조각났다.

어린이날 행사가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것을 비참하게 바라본 소파 선생은 1931년 32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소파가 세상을 떠난 후 어린이의 편집주간을 맡은 윤석중 선생은 소파의 숨은 이야기를 이렇게 적고 있다.

‘천도교청년회 동경지회장이었던 방정환 선생은 1921년 11월 10일, 3·1운동 때 ‘독립선언문’을 찍어 돌리며 숨어서 활약한 것 때문에 피검됐는데 그는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어린이운동을 펼쳤고 100년 대계가 아닌 10년 대계로 청년들을 어릴 적부터 참되고 의롭게 키우는 일에 목숨을 바쳤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제창한 어린이 존중사상은 오늘에 이어져 어린이들이 따뜻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권리 등 어린이에 대한 기본 가치로 계승되고 있다. 92년 전 서울에서 진행된 어린이날 기념식 현장에서 뿌려진 색종이에 적힌 글이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의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습니다.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

올해 93회째를 맞는 어린이날에는 92년 전 어린이날의 바람처럼 모든 어린이들이 희망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하루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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