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3일까지 현직 총리로는 9년 만에 미국을 공식 방문해 미일 간 신밀월(新蜜月)시대를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4월 2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격상된 양국 관계를 확인해 줬다.

양국 정상은 19발의 예포 속에 열병과 사열을 받았으며, 정상회담 후 ‘동맹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비전성명’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미일 군사동맹의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다시 개정해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군사적 공동 대응 범위를 ‘일본 주변 지역에서 전세계’로 확대했다.

그리고 중국 주도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에 견제할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의 조기 타결을 위한 포괄적인 합의를 함으로써 미일이 손잡고 군사·경제 양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전략적 내용이 포함됐다고 평가된다.

29일에는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미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의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전후 일본은 전쟁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가슴에 새기고 걸어왔으며, 아시아 여러 국민에게도 고통을 가져다줬으며 이전 총리의 입장과 다른 것이 없다”는 정도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말장난으로 한국·중국, 심지어 미국 현지에서도 비난을 받았다.

반면에 미국에 대해서는 “전후세계의 평화와 안전은 미국의 리더십 없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극찬을 늘어놓는 등 아부(阿附)외교의 진수(眞髓)를 보여 줬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 후 전쟁을 부정하고 평화헌법을 만들어 안보는 미일 안보동맹에 맡기고 오직 경제 발전에만 몰두했다. 특히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침략으로 발생한 한국전쟁이라는 이웃 국가의 불행을 전쟁특수로 이용해 경제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그 고마움을 모르는 배은망덕(背恩忘德)한 국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다가 국가경제의 형편이 좋아지자 1976년 방위대강을 작성해 천문학적 방위비로 최신예 장비를 확보했고, 냉전시대 소련의 위협에 대비해 1978년 11월 적용 범위를 극동과 그 주변으로 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발효시켰다.

걸프전 이후 자위대의 평화유지군(PKO) 협력법이 성립되고 북한 핵무기의 위협 증대로 1997년 9월 ‘주변사태’를 신설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가 이번에 새로 부상한 중국적 위협에 대응한다는 빌미로 다시 개정했다.

이로써 일본의 자위대는 ‘비군사적 경찰형 군대’가 아니라 세계 어디서도 미군의 군사행동을 지원할 수 있는 보통 국가의 군대인 국방군으로 대의명분을 획득한 것이다.

현재에도 25만 명으로 보유 병력의 제한을 받고 있으나 이스라엘식 소강군(小强軍)정책을 추진해 기계화·공정화·첨단정예화에 성공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신방위협력지침에 따라 병력 보유 수 25만 명과 군사전투장비의 제한이 해제됐고, 자국의 안보를 빌미로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으로 급성장하게 됐다는 점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에 반해 우리는 계속적인 여야 정쟁과 공무원연금 개정, 세월호 문제 등 국내 문제에 국론이 분열됐고, 대통령의 통치력 약화로 경제와 외교 문제도 심각한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한일관계는 지난 2년간 위안부 사과 거부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및 과거사 문제로 반일·반한감정이 극심해 정부 출범 후에 아직도 양국 정상회담도 갖지 못하고 그동안 논의됐던 한일정보보호협정도 폐기 상태가 됐다.

미국과도 사드 배치 문제와 3월 26일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사건 등으로 결코 원만하지만은 않은 관계가 노출되고 있으며,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49%가 한국을 신뢰하는 반면에 일본을 68%가 신뢰한다고 조사돼서 일본의 친미정책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4월 22일 인도네시아 반둥(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회의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일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우리의 외교안보 입지에 우려의 시각이 많다.

우선 미일동맹의 강화가 동북아 안보에 선순환으로 작용하도록 활용하는 외교적 기지(機智)가 필요하며, 북한에 대해서도 도발의 억제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일본의 군사력 급부상은 한반도 안정 유지의 관점에서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 제한된 한·미·일 3국 군사협력 구조를 구상하는 전향적인 동맹정책이 검토되기를 바란다.

미국이 과거와 달리 한국 안보에 대한 전적인 희생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국가안보의 예비전력 개념으로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한 소극적 인정과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에 대한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해 궁극적인 목표인 한반도 안정과 전쟁억제력의 증진이라는 국익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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