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프로야구의 시구를 하셨다. 또한 이순자 여사께서는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야구장엘 가셨다.” 1980년대 한국언론사를 장식했던 치욕적인 단어는 단연 ‘땡전뉴스’였다.

‘뚜뚜뚜’하는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오늘 전두환 대통령께서는….”으로 시작하는 땡전뉴스는 전 씨의 개인적 취향과 이를 부추긴 주위의 영향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극단으로 치달았다. 공적 기제인 방송을 전 씨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사적인 기제로 악용한 것이다. 청와대에 방송담당 비서관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는가. 땡전뉴스는 한국언론사의 수치스러운 충성경쟁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찬찬히 뜯어보면 주체는 다르지만 또다른 성격의 충성경쟁을 감지할 수 있다. A당이 집권(도지사·시장·군수 포함)할 때는 A당 당원이라고 떠들고 다니던 이들이 정권이 바뀌자 밑도 끝도 없이 A당을 비판하는 SNS 상의 글에 동조 수준을 넘어 몇 술 더 뜬다. 집권자에게 A당 당원이 아니니 잘 봐 달라고 구걸하는 셈이다.

어떤 정치인은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릴 때면 언제나 ‘주군’을 끼워 판다. 때론 자신보다 외려 주군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같은 주군을 둔 또 다른 정치인도 ‘내가 오른팔이네, 네가 왼팔이네’하며 주군 노출을 위해 ‘도긴개긴’ 행태를 보인다.

동급의 또 다른 정치인이 동급의 또 다른 주군을 대하는 방식과는 천양지차다. 또 다른 정치인의 SNS에서 또 다른 주군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충성경쟁 자체에 시비 걸고 싶진 않다. 다만, 누구나(당선이 목표인 정치인은 특히) 자신에게 유리한 소리를 더 크게 듣는 보청기를 자신도 모르게 귀에 꼽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참모와 리더는 각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자기 집에 주군 문패 단다고 진정한 참모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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