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오월이다.

햇살도 좋고 산과 들에는 갖가지 꽃들이 제각각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우리들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는 5월의 한 가운데 서서 우리는 내일 ‘스승의 날’을 맞는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라는 스승의 노랫말이 벌써 ‘지천명(地天命)’의 나이 중간 턱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가물가물 입안을 맴돈다.

누구나 가슴속 깊이 그 은혜를 기리는 훌륭한 스승이 있을 게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부터 대학 때까지 아주 훌륭한 스승들을 많이 만났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존경하는 스승이 계신다.

서울 왕십리에 있던 성동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이셨던 이은구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그렇다.

그 시절, 나는 아버지와 갈등을 심하게 겪었고 그것을 제대로 견디지 못한 채 본가를 나와 학교 앞에서 방을 얻어 자취를 했었다.

갈등의 도가 점점 심화되면서 다가선 무게는 나이 어린 치기를 넘어 결국 방황(?)에 빠뜨렸고 갑자기 모든 것을 포기하듯 학교까지 무단 결석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났고,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잠자리에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 잠을 깼었다.

바로 담임 선생님께서 자취방을 찾아 잠자던 나를 보시며 생담배를 피워 무시고 그저 묵묵히 쳐다보시다가 말없이 눈물을 지으신 게다.     

한 손에는 내가 친한 벗에게 써줬던 편지를 펼쳐 놓으시고 말이다.  

“네가 갖고 있는 고민과 갈등이 아무리 너를 힘들게 해도 지금 학업을 포기하는 것은 인생을 저버리는 것이란다. 차라리 선생님께 네 고민을 털어 놓기라도 하지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너를 망쳐서야 되겠니? 이제라도 다시 학교에 가자꾸나. 내가 너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고 하신 말씀에 그날 아침 나는 책가방을 다시 꾸렸다.

무려 13일간 어둠 속에서 헤맸던 미로를 빠져 나온 것이다. 

그후 대학 입학과 졸업 그리고 결혼,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 온 35년간 늘 선생님이 계셨고 해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스승의 날에 선생님을 찾아뵙고 카네이션을 바쳤다.

하지만 몇 해 전 하늘나라로 가신 스승을 더 이상 먼 발치에서 나마 뵐 수조차 없는 탓에 내일 맞는 스승의 날이 나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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