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 훈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

 옛날 어느 농부에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 한마리가 있었다. 어느 날 뒤뜰에 나가보니 둥지위에 거위가 황금 알을 낳았다. 거위는 매일 황금 알을 하나 씩 낳았고, 농부는 이내 부자가 되어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되었다.

그런데도 농부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한꺼번에 많은 황금을 꺼내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갈랐다. 그러나 뱃속에 가득 차 있으리라 생각했던 황금 알은 없고 결국 거위는 죽고 말았다는 이솝 우화에 대한 이야기다.

요즈음 논란이 일고 있는 연금개혁안을 보면 마치 거위의 생사여부보다는 더 많은 황금 알을 얻으려는 농부의 과욕을 그린 이솝 우화를 연상하게 된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데도 개혁은 외면한 채 한편에선 기득권만 고수하려하고 있다. 연금고갈에 대한 우려는 망각한 채 목전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그 동안 정부가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었던 공무원 연금 개혁안은 국민연금과 연계한 것이 문제가 되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되고 말았다.

공무원 연금 개혁의 압력을 완화시키려는 이익 단체의 입장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지지층의 호의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맞물려 작용한데 기인하고 있다. 결국 서로 주고 받기 위한 합의가 또 다른 분쟁의 빌미를 제공해 파국으로 몰아간 셈이 되었다.

이번 공무원 연금개혁이 무산돼 당장 올해 연금적자 예상액 3조원을 정부의 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되었다. 내년에는 3조7,000억원을 충당해야 하고  2017년에는 4조3천억원을 정부 재정으로 충당해야만 한다. 연금적자는 매년 늘어나 2025년에는 10조 4,천억원, 2030년에 가서는 적자폭이 무려 14조 3천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다. 경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게 된 것이다.  

더욱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재정구조에 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당시 소득대체율을 70%로 정하고 출발하였다. 그러나 재정을 추계한 결과 2033년에 가서 연금고갈이 될 것으로 예상돼 소득대체율을 다시 50%까지 낮추었다.

또한 2028년까지 40%를 목표로 매년 0.5%씩 소득대체율을 낮춰가고 있지만, 2060년에 가서는 연금이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상돼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국회 합의안대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경우 2083년까지 약 1,669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연금적립금을 소진하거나 보험료를 현재의 2배 이상 올려 비용을 충당해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소득대체율 50% 인상은 마치 농부가 더 많은 황금 알을 얻기 위해 거위의 안위조차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연금의 조기 고갈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마저 없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은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놓여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연금적립금의 조기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없이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부담과 책임을 마냥 미래세대에 떠넘길 수만은 없다.

연금은 속성 상 미래세대가 노후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체제로 세대간 형평성이 정책결정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현 세대의 이익을 위해 미래세대가 희생되거나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문제는 세대간·계층간 각 이해 당사자간의 사회적 합의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제는 군인 연금이나 사학연금과 같이 재정적자가 누적되거나 연금의 고갈시기가 다가아오는 공적연금들에 대한 개선의 문제도 함께 검토해 봐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연금개혁은 공무원 연금개혁이 시발점이 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정부주도의 공무원연금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적 연금주체들에 대한 희생과 부담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주체가 되어 새로운 연금개혁안이 성안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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