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의 공약 실천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달 능력을 초과한 비용 문제 때문이다. 지난 26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인천지역 9개 기초지자체(옹진군 제외)의 총 공약 수는 439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투입돼야 할 비용은 무려 16조2천859억여 원에 달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공약에 투입될 재원은 민간 조달이 12조6천억여 원이고, 시비도 2조 원을 훌쩍 넘어 기초단체에서 어떻게 민간 자본을 조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의문이지만, 형편이 어려운 인천시에서 재원을 끌어다 쓰겠다는 구상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공약은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사실 과거 모든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이 공수표가 돼 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공약은 그저 공약일 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동안의 선거 경험에 비춰 볼 때 유권자들은 여전히 출마자들의 소속 정당이나 경력, 자신과의 인연 등에 의존하는 투표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출마자들에 대한 각종 정보들도 능력보다는 반사회적 활동전력 등 겉으로 드러난 면에 비중을 둬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출마자들의 정책과 공약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와 경험 역시 부족했다.

지난 대선·지방선거부터 매니페스토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선거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기는 하나 일부 정치권이나 국민들은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니페스토는 단순한 선거공약이 아니라 국민과의 계약으로서 일종의 선거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공약의 목표치를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내세워 실현에 필요한 재원 마련 등의 근거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계약의 당사자인 국민은 계약 내용을 꼼꼼히 따져 볼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하겠다. 무책임하게 화려한 공약을 남발, 유권자들을 기만한 지자체장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인천지역 지자체장들은 이번 평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남은 임기 동안 주민들과의 공약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공약사항일지라도 가능하지 않은 공약은 지금이라도 과감히 포기하고 주민을 설득하는 것이 순서다.

매번 선거 때마다 공약을 남발하고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차기 지방선거에선 후보자들의 공약과 매니페스토 관련 정보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넓게 퍼져 있는 각종 연고와 바람을 뛰어넘어 책임있는 선택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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