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된 지 얼마 안 돼 미국까지 넘볼 기세다. 구매력 평가지수(PPP)로는 이미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중국의 영향력을 더 받은 지 이미 오래다.

중국 같은 거대국이 40년 이상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지속해 온 것은 역사적으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최근 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감안할 때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이러한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의 비결은 어디에 있는가?

중국 당국은 중국식 사회주의 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말로 설명한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적 위치와 기간산업에 대한 국유기업의 우월적 지배가 핵심이다. 사실 이러한 혼합 경제적 발전전략은 중국만의 독창적 방식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과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차용해 중국적 여건에 맞게 토착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모델이 주목받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옛 사회주의권의 몰락 후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전략을 놓고 이뤄진 ‘이행논쟁(transition controversy)’에서부터다.

당시 기득권층의 반발을 고려해 단기간에 필요한 개혁정책 패키지를 신속히 실행해야 이행이 성공한다는 ‘급진주의’적 처방이 서방의 자문단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이를 주장한 그룹이 대부분 미국 워싱턴에 소재하는 IMF 등 국제경제기구에 소속됐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을 통칭 ‘워싱턴 컨센서스’라 부른다.

이에 대해 이행은 해당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비시장적 요인, 특히 시장이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를 먼저 마련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진주의’ 또는 ‘진화주의’가 대립했다.

후자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21세기 들어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 주도의 서구식 자본주의 발전 모델에 대한 대안으로까지 위상이 제고되고 있다.

베이징 컨센서스의 핵심 내용은 논자마다 내용을 달리하지만 한마디로 덩샤오핑식의 실용주의다.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논리는 서구와는 완전히 다른 발전 경로를 가져 그대로 따를 발전모델을 가지지 못했던 중국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방식이기도 했다.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중국의 발전 경로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 낸 중국만의 독특한 발전모델을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지도적 역할이 주요하기도 했지만 중국 경제 발전의 근본적 추동력은 중국인들의 밑으로부터의 잘살아보겠다는 욕망 그 자체였다.

개혁·개방 초기의 이념적으로 좌편향된 정부의 간섭과 지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산당원과 간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부의 축적에 대한 욕구에 묻혀 무력화돼 버린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경제 발전을 중국 문명의 부활로 연결시키면서 경제 성공의 원인을 중국 문명의 역사적 우월성에서 찾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 중 왜곡된 경우의 하나가 중국 정치학자들이 21세기 새로운 동북아의 국제질서를 과거 조공무역의 부활로부터 단초를 찾으려 하는 예이다.

 서방의 무력에 의한 제국주의적 질서보다는 대국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대가로 소국은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조공 시스템이 낫다는 중화주의적 발상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꿈(中國夢·Chinese Dream) 실현을 국정목표로 삼고 있다. 그간 ‘아메리칸드림’이 세계인의 마음을 설레게 한 것처럼 ‘차이니즈드림’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잘 드러나는 캐치프레이즈다.

아메리칸드림이 ‘미국이 기회의 땅이며 모든 사람이 열심히만 일하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라는 것이 그 메시지였다면 차이니즈드림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미국의 꿈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중국인들이 백만장자의 꿈을 꾸는 것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참다운 중국의 꿈은 진정으로 중국과 아시아의 역사적 전통과 연결되는 문명적 고찰에서 비롯된 방향 설정이어야 될 것이다. 중국이 못하면 우리가 중국의 꿈과 아메리칸드림을 넘어서는 아시아의 꿈(Asian Dream)을 선도할 수 있다.

아시아의 꿈은 아시아의 전통에 연결된 인본주의와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아시아 공동체를 결성해 끝없는 인간의 욕망 추구를 통해 무한경쟁을 조장하는 서방 문명에 대한 21세기 새로운 인류 공동체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강대국 중국을 넘어서서 진정한 우리의 자존을 지키며 살아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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