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권홍 원광대 로스쿨 교수

 송도 6·8공구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월드마켓센터와 한진그룹이 새로운 랜드마크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151층 인천타워가 실패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월드마켓센터를 건립하자고 인천시에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부지 매각대금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판단은 경제성 평가와 함께 시작된다.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경우 정치적·사회적·문화적·법적·노동조합의 위험 등에 대한 평가도 함께 하지만 그래도 그 근본이면서 시작점은 경제성이다.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와 낮은 이자율의 믿을 수 있는 금융을 제외하고, 경제성의 시작은 최대한 낮은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고, 낮은 임금에 능력 있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말이다. 따라서 6·8공구의 토지를 최저가에 매입하려는 노력은 기업의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옳다.

그런데 인천시의 입장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재정위기의 극복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땅을 팔더라도 최대한 비싸게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항이 있다. 도대체 6·8공구에는 어떤 종류의 사업을 유치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좁게는 송도의 발전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송도를 유통단지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바이오 메카가 되겠다는 것인지, 교육중심도시가 되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남들이 좋다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6·8공구에 대한 개발 방향이 있거나 없거나, 토지 매각의 원칙은 감정가 기초의 공개입찰이 맞다. 외국계 회사든 국적회사든 주체를 불문하고 가장 비싸게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에게 땅을 넘겨주는 것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매각대금 이외의 다른 효과가 큰 경우 이를 반영해서 적절히 합의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진그룹에 묻고 싶다. 기존에 약속했던 송도국제병원이나 대학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면서 월드마켓센터에 투자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다. 인천에 뿌리를 둔 기업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한진그룹 본사는 서울에 두고 있는데, 인천에는 어떤 실질적인 투자를 했는지도 궁금하다. 땅이 목적인 사업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도덕성을 지키라는 주장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니 말이다. 하지만 낮은 세금, 대출, 연료비 등 국가적 지원과 국민의 애국심 또한 우리나라 기업 발달의 중요한 원인이었고,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정도의 덩치가 됐다면 땅값 인상을 노리거나 상대적으로 쉬운 사업에 진출하려는 노력은 그만해야 할 때가 됐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일은 경제부시장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지역과 무관하게 경제부시장으로 임명된 것은 인천의 부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인천시의 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인천의 경영자가 된 것처럼 오히려 큰 사업들의 유치에 팔을 걷고 있다.

투자유치는 또한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을 알고, 경제자유구역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고 있는 오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다. 저절로 들어오는 세금을 나눠 주던 역할을 하던 사람에게 치열한 경쟁이 있는 전쟁터 속의 투자유치는 쉽지 않는 과제다. 자신감만으로 해결될 일도 절대 아니다. 인천시의 재정위기도 자신감에 불타던 분의 과감성 덕분에 발생한 것 아닌가.

국제투자센터의 사업성이 높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입장인 것이고, 그들 주장대로 과연 그렇게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인지 인천시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경제성이 높다면 인천시는 땅을 싸게 팔 이유가 없다. 물론 그보다 먼저 경제자유구역과 6·8공구는 어디로 갈 것인지 시민들과 성의해 보기 바란다.

만약 외국계 기업과 합작한 국내 기업에게는 할인 매각하면서 다른 기업에게는 감정가액으로 매각한다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즉, 차별이다. 누구에게는 사업성이 높다는 이유로 싸게 팔고 누구에게는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이유로 감정가에 판다면 전형적인 자의적 행정에 해당한다. 지금 인천시에 필요한 것은 원칙과 일관성, 그리고 책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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