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윤수 이천미래로포럼 대표

 중국 전한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역사서지만 열전 제69편에 나오는 「화식열전(貨殖列傳)」은 지금 시각으로 보아도 의미 있는 경제서로 평가되고 있다.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 라는 제목에서 보듯 재산 증식을 다루고 있는데 “창고가 가득 차야 예의를 안다.”든지 “세상 사람들 모두가 희희낙락한 것은 모두 이익을 위해 모여들기 때문.”이라는 대목은 인간의 본성과 경제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최근 이천 지역에는 지역 경제와 관련해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하나는 사상 최대 흑자를 낸 하이닉스가 법인 지방소득세로 541억8천만 원을 19년 만에 납부해 지방재정에 효자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잘 키운 자식 하나가 집안을 일으키듯 잘 키운 기업 하나가 지역 발전을 견인할 주춧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SK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을 위한 백서 발간식’이다.

백서는 2007년 정부의 이천공장 증설 불허 결정에 대한 범시민적 투쟁을 시작으로 2014년 1월 증설 허가를 득해 8년간 15조 원의 투자 결정이 이루어지기까지 비상대책위를 중심으로 전 시민이 혼연일치가 돼 투쟁한 기록을 길이 보존 하고자 책자로 엮어낸 것이다.

이들 사례는 대기업이 지역 경제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하는 문제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천시와 비슷하게 수도권 규제라는 큰 틀 안에서도 매년 인구증가며 소득수준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는 평택, 파주, 화성시의 경우가 좋은 사례로 보인다.

평택시는 삼성전자 협력기업들을 중심으로 50여 개 외국 반도체, LCD, 부품업체들이 몰려 ‘IT가 무르익는 땅’이란 칭호를 얻을 정도고 파주시는 2006년 LG디스플레이 사업장이 오면서 대표적인 기업도시로 탈바꿈했다. 화성시 역시 삼성전자가 화성 반도체 사업장 공장 신·증설에 20조 이상을 투자함으로써 화성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인구증가율이나 소득증가율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지리적 여건에 의해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과 지자체 및 시민들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해 과감하게 대기업 유치를 이뤄낸 결과라는 점이 주목된다.

결국 지역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성장의 파이를 늘려나가는 것이 최선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이천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SK하이닉스도 시민들이 이루어낸 공장 증설을 통해 지자체, 협력 업체들과의 상생 모델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각종 현안 해결, 복지 증진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를 포스트 하이닉스 모델을 창출하는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구리시의 구리월드디자인시티 프로젝트(GWDC)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 규모의 월드 디자인 센터를 건립해 아시아 건축 및 인테리어 산업 분야의 60%를 흡수,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계획으로써 핵심은 2천만 달러 외자 선유치 조건 이행 여부로 보인다.

이천 포스트 하이닉스 모델의 방향이 서비스 산업에 대한 외자 유치여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이천 북부 지역은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부품산업, 교육, 물류를 확산 발전시켜 나가되, 남부권에서는 6차 산업 중심의 새로운 클러스터가 조성되도록 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본다.

하이닉스 증설을 이뤄낸 보람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다 잘 사는 이천을 위한 거보를 힘차게 내디뎠으면 한다. 사마천이 살아 있다면 아마 그런 말을 해 줄 것 같다. “여보게, 세상 뭐니 뭐니 해도 문제는 경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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