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가다 보면 셀카봉이라 불리는 긴 막대기에 휴대전화를 꽂아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려 한다. 흔히들 ‘셀카’라고 이야기하는 풍경이다.

얼마 전 필자를 지루하고 고독한 솔로의 늪에서 탈출시켜 준 아리따운 여자친구와 함께 공원 산책을 나선 적이 있다. 나름 사진기자랍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와 여자친구의 모습을 휴대전화를 이용해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촬영된 사진을 보던 여자친구의 얼굴에 실망스러운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닌가.

“셀카를 너무 못 찍는 거 아니에요? 사진기자 맞아요?”라며 필자에게 던진 한마디에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 밤 집에 들어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셀카 잘 찍는 방법’, ‘셀카 각도’ 등을 검색하며 밤을 지새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것도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현직 사진기자인 필자가 말이다.

아마도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사각 프레임 안으로 보이는 세상을 담아내는 것에 익숙한 필자에겐 휴대전화 화면으로 내 모습을 보며 사진을 찍는 것이 익숙지 않았으리라.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인물과 셀카 각도로 바라보는 인물은 감성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주변 풍경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를 고민하며 구도도 잡아 보고 사진을 찍는 위치도 바꿔 보면서 사진을 찍을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여질 것이다.

돌아오는 이번 주말에 휴대전화로 셀카 각도가 아닌 프레임을 통해 소중한 가족, 소중한 사람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담아보는 감성적인 주말을 보내길 권해 본다. 끝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아직도 셀카를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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