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의 차이나타운이 기지개를 켜면서 새로운 변모를 시작하던 1990년대부터 동아시아 지역은 차이나 사이클(중국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주기)의 영향권으로 편입됩니다. 이른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하면서 한국, 대만, 일본 등 인접국들은 중국에 부품을 대주는 공급기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부가 제품은 한국·일본 등지에서 만들고 조립하는 일은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이 담당하는 분업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 중 부품이나 반제품 등의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60~75%입니다. 우리 한국을 포함해 대만과 일본이 중국에 고부가 부품을 수출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듬뿍 얻은 것이지요.

우리나라 일 년 수출의 25%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는 것, 바로 차이나 사이클에 편입된 것으로 이제는 이 그룹에 편입되는 2차 대상국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입니다.

 중국이 자원이 많은 아프리카를 향해 원조를 하고 막대한 차관을 내주는 등의 구애 활동을 벌인 일은 널리 알려진, 오래된 사실입니다.

남미의 여러 나라들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중국의 도움을 받고 자원을 수출하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은 자원국들이 정말 감지덕지하는 사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국적 기업 역시 중국시장에 목을 매야 하는 실정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백화점으로 부상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대단한 힘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중국 경제의 움직임에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된 거죠. 중국의 이러한 부상은 세계에 스트레스를 주기도 합니다. 중국 경제가 출렁이면 그들 나라의 경제도 출렁이게 된 것입니다.

차이나 사이클이 중국으로 인한 경제적 상황의 호전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면 차이나 스트레스는 중국 때문에 부담을 안아야 하는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약 7천 개 업체로부터 각종 제품을 공급받는데 이 가운데 70%가 중국제품이라고 합니다.

중국제품의 월마트 공급을 주관하는 물류유통회사 리앤펑(Li&Fung)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인해 세계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했습니다.

 차이나 스트레스는 이런 것입니다. 세계의 곡물 시장도 참고할 만 하죠. 차이나 스트레스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니까요. 원래 중국은 대부분 곡물을 자급자족하는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엄청난 양의 옥수수와 밀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실상 전 세계 밀의 17%, 옥수수의 20%를 먹어 치우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중국이 손을 대기 시작하면 그 품목의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중국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나라가 우리 한국입니다. 체감 스트레스가 굉장하지요.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실질 GDP도 줄고, 수출량도 크게 줄어드는 구조라는 말입니다.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우리는 감기에 걸리고 몸살을 앓게끔 된 것입니다. 지금 중국은 하향세입니다.

 그렇다고 차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가 주저앉을 수는 없겠지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한중 FTA가 시장환경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을 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변화를 요구합니다. 국내 관광업을 살펴봐도 얼마만큼 중국 특수를 누리고 있었는지 메르스 덕분에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을 테지요. 지금까지 유커들의 여행 루트는 단순합니다. 서울-제주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사시사철 중국인들을 끌어들일 만한 관광자원이 널려 있습니다. 자연경관도 있고 역사적인 문화유산도 있고 난타 같은 문화상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관광에서 쇼핑과 밤의 문화는 양대 축이랄 수 있습니다. 유커들이 화장품과 명품 구입에 열을 올리는 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밤의 문화는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밤의 문화라 해서 퇴폐적인 향락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한류의 풍치를…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 그들이 도저히 흉내 내지 못하는 역동적인 풍류를 즐기도록 허가하자는 것입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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