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시장이 갑자기 긴급 브리핑을 자청했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의사가 지난달 29일부터 기침과 미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30일 오전에 150여 명이 참가한 학술대회에, 저녁에는 재건축조합원 1천565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다”는 취지로 1천500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됐다는 전격적인 폭로성 발표였다.

 이 뉴스가 보도되자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아연실색 놀랐고, 정부의 무능과 보건당국의 무책임이 도마에 오르는 비난이 들끓기 시작했다.

다음 날 5일 오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제히 “서울시장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으며, 국민적 불안을 키울 뿐”이라고 반박했고, 당사자인 대형 병원 의사도 인터뷰를 통해 “(행사 참석)당시 기침과 미열은 알레르기 질환과 수면 부족 때문에 생긴 현상일 뿐 메르스 의심 증상이 아니었다”며 “31일 고열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 그날 밤부터 병원에 격리됐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메르스병은 확산 중인데 해당 공무원들은 책임 전가에 전전긍긍하는 대국민성명전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오월동주(吳越同舟)도 모르는 무능한 공무원의 작태가 아닌가? 적들이 공격해 오는데 내 책임은 아니라는 책임 전가부터 하는 꼴이다.

공직사회에는 아무리 지방자치제도를 적용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상하기관의 위계질서가 엄연히 존재하는 헌법적인 구조가 있는 사회인 것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국가 상급기관의 지침과 방침 하에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것은 사회의 기본 위계질서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는 사스(SARS), 광우병, 신종플루, 구제역 등 국가적인 재앙(災殃)을 경험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차단과 재난관리에 미숙함을 드러내서 피해를 확산하는 사회적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전염병 비상사태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 사회적 소통이라는 것을 무시한 정부와 보건당국의 무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 2항에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관리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 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고 명시해 있는 점에서 상식과 기본대로 했어야 했다는 WHO 관계자의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마땅히 질병관리본부와 같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기관과 그 관계관들은 사태 해결 후 철저한 감찰을 통해 사법적인 처벌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때인가? 지금 우리는 함께 무엇을 우선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 모두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국민적 소통을 통한 해결에 초점을 맞춰 개인의 주장보다는 정부를 신뢰하고 함께 협조해야 한다. 물론 보건당국과 일선 의료기관의 초기에 결정적인 대응 부실과 안일한 업무자세는 질타를 받아도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을 메르스 공포로부터 구해 줄 인력은 결국 방역당국과 의료기관 종사자들이다. 방역공무원은 갈수록 늘어나는 환자와 격리자를 관리하고 감염 의심자와 유전자 검사를 처리하느라 거의 탈진한 상태다.

전국 보건소 250곳 인력도 전력을 다해 자택과 기관에 격리된 4천856명을 관리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헌신적인 분들이 그나마 공무원사회에 있기 때문에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

메르스 사태와 더불어 이런 천재지변과 재앙이 나타났을 때 무능한 공무원과 더불어 사회적 분열을 획책하는 메르스 같은 사회세력이 잔존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불안 요인과 약점에 노출되면 변종 바이러스처럼 즉각 본색을 드러내면서 국가사회의 질서를 훼손하는 반국가적인 망언과 비행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특히 사실을 왜곡하고 침소봉대(針小棒大)해 마치 정부가 엄청난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식으로 매도, 순진한 국민들을 선동하는 반안보행위를 주도면밀하게 유도하기도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대통령부터 정부의 고위공무원들과 주요 정치인들이 일제히 메르스 현장에서 통합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희망의 불씨였다. 자고로 손자병법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 해 “상관과 부하가 한마음 한뜻이면 반드시 이긴다”는 명언이 있다. 우리는 조기에 메르스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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