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위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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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 위헌 아니다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5.06.18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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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개정안의 요지는 “명령(대통령령·총리령·부령)이 법률의 취지·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15일 ‘요구’를 ‘요청’으로 수정했다).

그런데, 개정안에 대해 “3권분립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 주장이 일부 제기되고 있어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위헌이 아니라고 보는데, 그 이유를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정안은 3권분립의 원칙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3권분립의 원칙은 법을 만들고(입법권), 법을 집행하고(행정권), 법으로 심판(사법권)하는 국가권력을 각각 입법부(Legislative), 행정부(Administrative), 사법부(Judiciary)에 분담시켜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원칙이다.

그런데 입법권은 본래 입법부의 권한이고 행정부의 기본 임무는 ‘법의 집행’이다. 따라서 행정부의 명령제정권은 입법권의 수권(위임) 범위 내에서 행사돼야 한다. 즉, 행정부는 법에서 위임된 범위 그리고 법의 집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명령제정권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부가 ‘법률’의 취지·내용에 반하는 ‘명령’을 제정할 권한은 없고,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입법부가 행정부에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며 3권분립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개정안은 정부의 독자적인 행정입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정부에게 부여된 명령제정권이 마치 국회의 입법권과 별도로 보장된 정부의 독자적 입법권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이 입법권을 국회에 부여하면서 다른 한편 정부에게 명령제정권을 부여한 이유는 법체계의 합리성과 행정국가화·사회국가화의 경향을 고려한 데 있다.

말하자면 필요한 법적 사항을 모두 ‘법률’로 규정하기보다는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을 국회가 ‘법률’로 정하고 구체적·세부적인 사항을 정부가 ‘명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 법체계가 되며, 이렇게 하면 법 집행기관으로서의 행정부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필요시 신속·간편한 개정도 가능하게 돼 법 집행의 합리성·현실성·효율성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의 명령제정권은 이러한 취지로 인정된 것이지 독자적 입법권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과 깊은 관련을 갖는 ‘범죄·형벌’, ‘조세’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명령’으로 규정할 수 없고 ‘법률’로써만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죄형법정주의, 조세법정주의).

셋째, 개정안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부합한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원리인데, 근대 법치국가 사상은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이 법을 만드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짐이 곧 법이다”라는 군주주권론을 “국민(국민의 대표자)이 법을 만든다”라는 국민주권론으로 극복한 것으로서 이는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의 동일성의 원리(Prinzip der Identitat)를 기본으로 한다.

한편, 법치주의는 당연히 ‘법치행정의 원리(행정은 국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의회에서 만든 법률에 의거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원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대의기관(代議機關)인 국회가 입법권의 주체로서 정부의 명령제정권이 법의 취지·내용에 반해 행사되는 경우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넷째, 개정안은 법의 효력 순위와 체계에 부합한다. 주지하다시피 법에는 ‘계급’이 있다. 헌법이 가장 상위이고, 그 아래에 법률과 명령(대통령령·총리령·부령) 그리고 자치법규(조례·규칙)의 순으로 계급이 부여돼 있다. 따라서 자치법규는 명령을, 명령은 법률을, 법률은 헌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만일 상위법을 위반한 하위법이 있다면 그 효력은 ‘무효’이다. 따라서 입법권의 주체인 국회가 정부에서 만든 ‘명령’이 법률의 취지·내용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무효 상태’를 방치하기보다는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만일 그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없다고 한다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행정기관의 ‘명령’에 반한 ‘자치법규’들을 쏟아낼 경우에도 수정·변경 요청할 수 없고 방치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야말로 무질서한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다섯째, 개정안은 ‘명령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국회의 수정·변경 요청은 법원의 사법심사권을 배제하거나 제약하지 않으며, 잘못된 명령으로 인한 국민의 권익 침해를 방지하는 데 그 취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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