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함께 닥친 40여 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대지가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중부지방은 124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기록되는 가운데 가뭄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와 함께 가뭄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을 ‘물 부족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 양이 1천453㎥로, 세계 153개국 중 129위라고 한다.

한국은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973㎜보다 많은 1천283㎜이지만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뤄져 있어 많은 양의 비가 바다로 흘러간다. 또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그치고 있다. 강수량은 풍부하지만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어 인구 대비 수자원 양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인 7~8월에 집중되고 있으나 빗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에 장마와 집중호우로 물이 넘쳐나지만 이를 가둬 놓을 댐 인프라 부족으로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처럼 수자원 양이 부족하다 보니 하천 물을 각종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취수율’이 36%에 그치고 있다. 국내에 지어진 다목적댐은 20개로 총 저수량은 127억1천400만㎥에 이른다. 하지만 전력 가동을 위한 용수를 제외하면 실제 용수 공급량은 연간 109억7천400만㎥에 불과하다.

국내 최대 규모로 연간 용수 공급량이 12억㎥인 소양감 댐은 최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현재 수위가 예년보다 14m 낮은 152m 정도로, 1974년 댐 준공 이후 1978년 6월(151.9m)에 이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저수율도 평년의 66%에 그치고 있다.

 소양감 댐이 이달 말까지 비가 추가로 내리지 않을 경우 역대 초유의 발전 중단 위기에 처할 뿐 아니라 물이 더 빠져 ‘심각’단계에 이르면 수도권의 식수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가뭄 장기화에 대비, 피해 지역에 예산 625억 원을 투입해 급수와 피해 복구를 지원한다고 한다. 땜질식 처방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가뭄을 예방하고 물 부족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만이 목마른 대지를 적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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