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망종과 소서 사이에 들며 대체로 양력 6월 22일 무렵이다. 이 무렵 태양은 황도 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고 한다.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북위 37도 30분)에서 태양의 남중고도는 하지 때 75도 57분이다.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라 낮 시간이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 북반구의 지표면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아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상승하여 몹시 더워진다.

또 일 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쁜 때다. 메밀 파종, 감자 캐기, 마늘 수확, 보리 타작, 병충해 방제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한국세시풍습사전」에 실려 있는 하지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 무렵이면 농촌은 농번기로 눈코 뜰 새가 없고, 도시는 도시대로 더위를 대비할 준비로 분주하다. 특히 아스팔트며 콘크리트로 덮어씌운 도시는 태양열이 땅속으로 흡수되지 않아 표면이 무척 뜨겁다. 한여름에 지붕이나 도로의 온도가 주변의 기온보다 무려 27℃에서 50℃까지 뜨거워진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온난화 현상으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어서 우리의 여름이 만만치 않다.

뜨겁고 건조한 도시의 열섬현상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쾌적하다’는 일상을 이어가는데 물리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집에 가는 것이 즐거우면 노상 방황도 줄어들 것이다.

옥탑방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옥탑방 쿨루프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옥상 ‘하지파티’를 진행했다는 뉴스를 봤다. 옥탑방 거주 주거 빈곤 가구를 위한 밀착형 정책이라 잔치마당처럼 음식과 공연을 즐기며 시작한 하지파티에 박수를 보낸다.

흰색 차열 페인트를 옥상이나 지붕에 칠해 주는 것만으로도 열섬현상 완화와 냉방에너지 절약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한다. 햇빛과 열 반사 및 방사 효과가 있어서 열기가 지붕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줘 냉방부하가 18~93%까지 감소한다니 온실가스를 걱정하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적극 권장할 사업이다.

청년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서울시에만 주거 빈곤 청년(만 19~34세)이 52만3천869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서울시에 사는 청년 5명 중 1명이 옥탑방이나 고시원 같은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는 주거 빈곤층이다. 막연한 복지보다는 현실적이라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정책이다. 전국 확산을 기대해 본다.

어제가 하지다. 이맘때 감자 수확이 한창이다. 하지감자는 분이 많아서 최고의 식재료로 꼽는다. 편히 쉬고 맛있게 먹어 건강하고 쾌적한 여름을 난다면 다가올 가을 수확이 걱정스럽지 않을 것 같다. 짜증과 무기력, 반감을 잠재운 여름 활력이 근면과 열심으로 긍정에너지를 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캠페인이란 말보다는 하지파티가 확 끌린다. 멋들어진 표현이다. 캠페인은 왠지 더 가진, 더 힘이 센, 더 나이 먹은 층에서 더 열등한 계층을 가르쳐 우매와 게으름을 고치도록 경고를 주는 것 같아서다. 파티는 함께 동등한 위치에서 자발적으로 흥겹게 잔치를 주최해 즐기는 어울림이다.

인구집중으로 사람에 의한 열의 방출, 지표면 개량으로 열복사지수 증가, 도시하천의 정비로 잠열의 감소, 인공구조물 증가로 지표면 마찰도 증가. 따지고 보면 도시도 사람도 모두 다 스트레스다.

쾌적함은 물리적 환경도 되지만 심리적 환경도 포함한다. 품앗이로 즐기는 하지파티가 열악한 주거로 예민해진 청년층의 마음을 보듬기도, 사회에 대한 시선을 부드럽게 만들기에도, 생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파티, 각자의 방식대로 농번기처럼 열심히 자신의 몫을 일구고 또 무더위를 날려 줄 차양막을 쳐서 여름을 화끈하게 즐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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