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서민경제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7~9월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깎아 준다고 밝혔다. 아울러 용접·단조업체 등 뿌리기업과 미곡종합처리장, 전기철도사업자 등 전기사용량이 많아 비용 부담이 컸던 사업자들도 평일에 쓰던 전기를 토요일로 전환해 사용할 경우 오는 8월 1일부터 1년간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보게 된다.

전기요금이 내려간다면 당연히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이번 전기요금 인하가 왜 이뤄졌는지에 대한 대답이 모호하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원유가 하락과 관련해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에 절감분을 반영하라고 지시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도 지난 18일 사전브리핑에서 “원료값 인하 등 전기요금 인하 요인도 있지만 인상 요인도 있어 기본적으로 전기요금체계를 바꾸기는 힘들다”고 말한 바 있어 전기요금 인하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기를 아껴쓰고 적게 쓰는 사람들에게 이번 전기요금 인하 정책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평소에 전기를 많이 쓰던 사람들에게 부담을 낮춰 줄 테니 더 쓰라고 소비를 부추기는 셈이다.

따라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제구간 4단계 이상 구간의 혜택자가 과연 서민층인지 따져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5단계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가 대부분 중산층 이상 가구라는 점에서 실질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민층이 얼마가 될지 미지수이다.

 최근 1~2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다수 가구가 여름철에 절전으로 더위를 이겨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민층을 위한 혜택보다는 중산층 이상을 위한 혜택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기요금 인하는 전기사용량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물론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OECD의 절반에 불과하고 전기 사용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이 전기사용량의 주원인이다.

 그러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시행한 전력피크 부하관리 수단을 최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가정용 전기요금 인하는 전기사용량 증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임하는 것과 같다.

정부는 이번 발표로 향후 여름철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이를 명분으로 전력설비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이런 합리적 의심과 우려에 주목하고 요금 인하 배경을 솔직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마땅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