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중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의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화타 같은 명의가 필요했다면 거의 모든 질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현대에서는 병을 잘 고치는 실력뿐만 아니라 눈높이를 환자에게 맞추는, 친절하고 좋은 의사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한 의료 전문 미디어의 ‘호흡기 질환 명의’에 선정된 안중현(52)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의 바람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폐렴·기관지확장증·결핵 등이 전문 진료분야로, 서울이 아닌 지역 의사로는 드물게 선정될 정도로 실력을 자랑하지만 그의 바람은 남다르다.

“현대 의학에서는 오랜 수련 기간과 협진 체계 등으로 비법이란 게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의사의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5분 진료를 받으면서도 환자들이 느끼는 의사들의 태도와 수준은 다르죠.”
그는 맛집의 예를 들었다. “맛만 좋다고 맛집인가요. 손님을 친절하게 대하는 마음가짐까지 갖춰야 요새는 맛집으로 평가되죠. 결국 의사 역시 실력뿐만 아니라 환자들과 교감하는 태도까지 겸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그래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안 교수는 환자들 앞에서 늘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다. ‘미소’, ‘경청’, ‘친근감’ 등을 빼놓고는 좋은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도 고민 한 가지가 있다.

“질환·치료에 대한 국내 환자들의 정보 수준과 기대치가 정말 높은 편인데 사실 정밀 검사 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경우가 간혹 있죠. 숨이 답답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호소하는 환자였는데 이런 경우 상당 부분 정신적인 원인에서 비롯돼 조언을 드리면 화를 내는 분들이 많아요.”

인천성모병원 진료부원장도 겸해 해박한 지식을 겸비한 그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국내 의료체계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이곳저곳 병원을 쫓아다니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의료수가 등이 이를 부추긴 점도 있긴 해요.”

병원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이른바 ‘의료쇼핑’이 국내 메르스 사태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메르스 얘기가 나온 이상 호흡기 질환 분야 국내 최고실력을 자랑하는 안 교수에게 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는 낙관스런 입장을 조심스레 내놨다.

“메르스에 대해 모르시다 보니 경계·공포감과 사회·경제적 위축까지 나타나고 있지만 사스나 신종플루 등 과거 사례와 같이 유행기가 곧 종식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정부와 국민의 올바른 대처와 의사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만요.”
최근에 인천에서 창궐했던 결핵의 사례를 들어 추가 설명을 했다.

“사망자 수로 놓고 보면 메르스보다 결핵이 더 위험한 병이에요. 그렇지만 결핵이 대대적인 사회적 이슈로 연결되지는 않잖아요.”
이어 호흡기 질환 의사답게 인천에 대한 조언도 내놨다.

“공항과 항만을 통해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중국 황사가 제일 먼저 들어오는 곳이 바로 인천이라 호흡기 질환 발생 가능성이 다른 도시들보다 좀 높죠. 메르스 사태를 통해 민간병원과 공공의료 간 협력시스템을 점검하고 확고히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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