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수도권 광역급행버스에 대한 요금조정권을 지자체에 위임하면서 운행 손실보상금에 대한 지원까지 부담토록 한 것을 두고 ‘의무만 떠넘기는 지자체 말살 행위’라며 도의회가 강력 반발했다고 한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정부 주도 사업의 상당부분을 지자체가 떠맡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재정과 SOC 사업까지 부담이 전가되는 추세라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현재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의 세출규모 비율이 4:6 정도인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2에 불과하다.

 세수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만 미루면 지방재정은 파탄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설혹 재정 부담이 해소돼도 정부 정책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별화된 주민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최근 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서 발의한 기초생활보장법, 기초연금법 등의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조금 전액을 국고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라는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지방재정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국가적으로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산업 경쟁력이 취약해져 세수역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 복지의 수준과 범위는 경쟁적으로 늘고 있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규모가 커져만 간다. 그런데 합리적인 재정분담 원칙이 안 보인다.

지자체가 반발하면 정부가 조금 더 지원해주는 임시방편적 조치일 뿐이다. 이렇게 기준이 애매하니 목소리 큰 놈 떡 하나 더 먹는 불합리성이 매년 반복되는 것 아닌가 싶다. 재정분담은 ‘파급성’과 ‘책임성’에서 봐야 하겠다. 국가 차원의 파급효과를 갖고 지역 간 동등한 수준을 공급해야 하는 사업은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

단 국고보조를 ‘매칭 지방비 지출’로 하는 현행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 재정 격차를 감안하지 않고 동일한 보조율을 적용하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파급효과가 지역 내로 국한되는 사업은 지방정부 책임 하에 수행되는 게 마땅하다.

지역별로 상이한 인구·산업 구조는 지자체별 차별화된 복지정책이 요구됨을 보여준다. ‘포괄보조금’으로 지방에 자율성을 부여하면 국가복지의 유연성이 제고될 수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정책에 신뢰감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 받든 지방세 항목을 추가 하든, 아니면 세출비율이라도 조정해서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요원한 것만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