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에 있는(在中) 소비자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을 찾아온(在韓) 소비자 입니다. 그동안의 중국 비즈니스는 재중 소비자만 겨냥했지요.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중국으로 진출해서 생산을 하고 그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 수 있을까’에 매달렸습니다.

예를 들어 오리온 초코파이가 중국인 입맛 공략에 성공했듯 말입니다. 그러나 중국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일방통행이 이제는 그들도 돈 싸들고 한국으로 오는 쌍방향통행의 시대, 즉 국내관광이 중국 특수를 누리는 그런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일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걸까요? 이런 의문에 대해 한번쯤 곰곰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해방직후 인천의 선린동 일대(오늘의 차이나타운)에 관한 기록에는 ‘화상(華商)들이 마카오 무역의 주도권을 잡고 있어 청관거리는 밤마다 불야성을 이룰 만큼 흥청거렸다. 청요리집은 물론이고 주점이나 일반 상점도 마찬가지로 경기가 좋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모습이 사라진 것은 한국전쟁이 터지고 마카오를 비롯한 동남아 상대 무역길이 끊기면서 부터였습니다. 이런 사실은 1946년부터 1949년까지 우리의 무역 추이를 살펴보면 분명해집니다.

1946년의 경우 전국을 100으로 보았을 때 인천항이 수입의 94%를 차지했고 부산항은 고작 2.4%에 불과했습니다. 1948년에는 인천이 85.4%, 부산이 13.2%였고요 1949년에는 인천이 88%, 부산이 11.1%였습니다.

액수에 관한 통계를 보면 인천 무역고가 수출입 합계 134억 9천만圓(오늘의 원 단위가 아님)인데 이 가운데 80%가 중국계 상인들이 취급했다고 합니다.

흥청거렸다는 것은 한마디로 돈이 돌았고, 돈 쓰는 사람과 돈 버는 사람이 많았다. 그것도 아주 많았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그런 청관거리가 한국전쟁으로 중앙정부가 부산으로 옮겨감에 따라 자연히 무역의 대부분이 부산항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국내 제1의 무역항이자 중국 상인들의 집산지였던 이곳이 불 꺼진 거리로 바뀌게 된 것이지요.

1992년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고 나서 이곳은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최근 5~6년 사이에 부쩍 과거의 번영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이다.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이 2백만 명을 넘어선 것이 4년 전임을 감안한다면 재한 중국인의 소비력, 씀씀이와 연관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명절을 전후한 시기가 되면 한국의 ‘차이나타운’은 서울의 명동으로 바뀝니다. 관광객들은 면세점에 들어가 흥청망청 이라고 할 수 있는 수백만 원쯤 쉽게 씁니다. 명품만 사는 게 아닙니다. 한국관광공사에 의하면 좋아하는 대표적 한류 구입 품목이 화장품입니다. 명동에 화장품 가게가 성업중인 것은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사실 중국에도 수많은 그들의 로컬 화장품이 있습니다. 약용 화장품의 경우는 세계적 수준에 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것만이 아니지요. 어지간한 쇼핑센터 1층에는 세계적 유명브랜드가 반드시 매장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 중국인이 한국까지 와서 한국산 화장품에 환호하고 열심히 구매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랑콤(프랑스), 에스티로더(미국), SKⅡ(일본)등이 세계 유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경제적 역량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한국산 화장품이 잘 팔리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류 문화가 중국인들에게 호감을 주고 양국의 동양적 취향이 친숙함을 더해주며 서로 통할 수 있게 해준 때문이지요. 우리 인천의 차이나타운에는 수많은 역사적 연고와 충분하리만치 서로 통할 스토리가 도처에 있습니다. 몇대에 걸친 화교들이 생활근거지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곳에 화장품 전문매장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중국관광객이 즐길 한류 문화의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것이 짜증나는 일입니다. 더욱이 분통이 터지는 건 찾아오는 그들에게 눈요기 해줄만한 것조차 없다는 점입니다. ‘돈 쓸 곳이 없었다’는 고백이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지역민참여 보도사업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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