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여름휴가를 앞둔 회사 후배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선배! 사진촬영하기가 좋은 장소는 어디에요?” “사진촬영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죠?” 라는 질문을 던진 기억이 있다. 아마도 휴가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처음 사진학을 전공했을 때 늘 머릿속에 담겨져 있던 질문이 “사진이란 무엇인가?”이다. 사진의 길에 선 첫 번째 질문이었다. 사진을 처음 발명한 프랑스, 영국 등 서구에서는 사진을 ‘포토그라피(photography)’라 부른다. ‘사진(photos)’과 ‘그리기(graphos)’의 합성어로 ‘빛으로 그린 그림’ 정도로 해석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사진’(寫眞)이라는 말은 ‘있는 그대로 베낀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문제는 이 둘의 의미 차이가 서양과 동양의 의식의 차이만큼 크다는 점이다. 사진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유입된 20세기 초, 중국에서는 상편(相片), 조편(照片), 편광(片光)이라 표기하며 사진을 빛을 통한 형상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서구의 포토그라피와 일치하는 개념이자 풀이다. 사진이 의미와 상징으로 뭉쳐진 표현 매체이긴 하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구상에서 똑같이 주어진 빛을 느끼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동물은 오직 인간뿐이다.

빛이 만들어내는 근원적인 영상을 느끼고 이해하려는 시도는 어디가 입구인지 모를 만큼 광활한 사진세계에서 정문으로 입장하는 지름길이다. 다행인 것은 디지털카메라의 보편화로 인해 말 그대로 ‘포토그라피’라는 용어를 새롭게 받아드릴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사진파일을 만져보면 알겠지만 빛의 밝기 조절, 콘트라스트 조절, 색온도 조절 등 모든 작업단계가 ‘빛의 다룸’을 기준으로 이뤄져 있다.

의미를 증폭시키는 것도, 상징을 드러내는 것도 결국 빛의 조절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진을 찍으러 멀리 가지 말자. 주변에서 빛과 사물을 관찰하고 대상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자. 빛과 세상이 만드는 그 순간이 사진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며, 당신이 카메라를 들어야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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