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의 기본을 확립하기 위해선 학교의 자율성, 시민의 참여, 역량중심의 인사 등을 통해 면역력과 기초체력을 키워야 합니다.”

인천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새로운 교육, 혁신하는 교육을 내세우고 있는 이청연(61) 교육감의 바람은 학생들이 행복해 하는 교육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1년은 다시 한 번 인천교육을 꼼꼼하게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고, 책상 위의 보고서가 아니라 교육현장으로 달려가 소통의 청진기로 생생하게 진단하고자 노력했다. 110회의 학교 방문, 90회 간담회, 35회 업무토론회, 4회의 워크숍, 2회의 원탁토론회 등 쉼 없이 달려왔다.

이 교육감은 “진단에 따른 처방은 공교육의 기본을 회복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실”이라며 “우리 공교육이 추구하는 기본은 몸과 마음의 건강한 균형, 기초학력 바탕 위에 창의성과 인성을 키우는 것, 그리고 민주시민의 소양을 쌓는 것”이라고 공교육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인천지역 첫 진보교육감으로 취임한 지 1년을 맞는 소감은.

   
 

▶돌아보니 일 년이 하루처럼 지나간 듯하다. 지난 1년은 인천 학교와 행정을 꼼꼼히 진단하는 시간이었다. 진단은 책상 위가 아니라 학교현장에서 수많은 분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이뤄졌다.

진단 결과는 기본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잃어버린 가치를 회복하고 나머지는 덜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취임 후 어려운 점과 성과가 있었다면.
▶첫째, 인천교육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기회는 공평하게, 과정은 즐겁게, 결과는 미래지행적인 학력 신장으로 가자는 것이다.

둘째, 탈권위주의와 소통이 인천교육계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학생들의 목소리까지 포함해 등교시간 정상화(오전 8시 40분~9시)와 과도했던 두발규제를 완화하는데 많은 학교들이 참여했다. 교육청 문화도 점차 수평적 토론이 중시되고 있다. 지역교육지원청과 학교로 파급되길 기대한다. 
셋째, 공정한 교육행정, 능력중심의 인사행정을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

-현재 인천교육의 가장 큰 현안과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상처받고 차별받는 학생 없이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는 것이 무상급식이다. 현재 초등학교는 모두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중학교까지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2학기부터 강화군을 시작으로 인천의 중학교 1학년생에게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하려고 우선 강화군 중학교 1학년생의 2학기 무상급식 관련 예산 4천700만 원을 세웠으나 시 교육비특별회계 추경 예산안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많이 아쉽지만, 이 부분은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인천 첫 진보교육감으로 공교육을 많이 강조했는데 변화가 있었는지.
▶공교육이 추구할 학력의 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 트레이닝은 사교육미래형 학력의 핵심을 창의공감교육으로 규정했다. 쉽게 말해 ‘남다르게 생각하면서 남과 더불어 행동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이 몫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학력의 상에 대한 공감이 확대되고 있다. 그 모델이 ‘행복배움학교(혁신학교)’다.

인천은 학생부종합전형 등 변화하는 입시 트렌드에 발맞춰 학생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진학지도를 통해 올해 주요 대학 전년대비 합격률이 10% 이상 상승했다. 타 시도로 유출되는 학생 수도 감소하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인천교육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성과는.
▶인천교육의 기본을 확립하기 위해선 단기적 대증요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학교의 자율성, 시민의 참여, 역량중심의 인사 등을 통해 면역력과 기초체력을 키워가고 있다.

학교 통제의 도구였던 학교 평가를 학교 자체 자율평가로 전환했다. 이제 학교는 좋은 평가결과를 받기 위해 서류를 꾸미기보다, 좋은 교육을 위해 성찰하고 있다.

또한 시민감사관을 50명으로 확대하고 감사관은 교육청 외부 인사를 임용했으며, 공모제 교육장을 시행해 열린 행정과 투명성을 높였다. 그리고 전문성과 인성을 고루 갖춘 분들이 교육현장 곳곳에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사무관과 교육전문직 선발 과정에서 역량심사 평가 비중을 늘리고 교감 연수 대상자 선발과정에서 동료평가를 추가했다.

-교육정책을 펼치는데 가장 큰 장벽이 예산부족이다. 복안이 있는지.
▶교육청 재정위기의 세 가지 원인을 풀어야 한다. 첫째,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교육세수가 감소하고 있다. 현재 세수 대비 20.27%를 지방교육재정으로 정해두고 있는데 5% 상향한 25.27% 정도가 돼야 현재 교육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둘째, 교육청 전체 예산의 10%나 차지하는 누리과정을 교육청이 부담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

셋째, 인천시가 법정전입금과 학교용지부담금의 의무를 실행해야 한다. 시 재정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나 법적 의무를 뒷전으로 미루는 것은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최근 인천시에서 일단 올해 법정전입금 미편성분을 모두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교육재정 위기 극복과 보육재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남은 임기 3년간 인천교육 로드맵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임기 내에 초·중·고 성장단계별 진로진학 교육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천하겠다. 그래서 이제는 옆 친구, 옆집 아이와 비교하면서 불안한 저울질을 하기보다 내가 즐기면서 잘 할 수 있는 꿈을 찾아 가도록 학교가 길을 안내하겠다.

선생님이 수업과 생활교육에 집중하도록 공문량 축소를 넘어서 불필요한 교육청 정책 사업을 대대적으로 축소·정비하고, 교육활동의 걸림돌을 찾아내서 개선하겠다. 구체적인 학교업무 정상화 방안을 올 가을까지 마련하고, 내년 사업 계획에 반영할 것이다.

남구에서 시작된 교육혁신지구 사업, 진로직업 체험학습, 방과후학교, 교육기부 등에서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 마을이 함께 교육하는 지역사회 속의 학교를 일궈가겠다.   

-인천지역 교육가족과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인천시민과 교육가족 여러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여러분의 애정 어린 격려와 비판을 자양분 삼아 지난 1년을 보냈다. 교육은 빠른 시기에 성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할수록 정작 아이들의 마음과 몸을 돌보지 못하게 된다.

중국고전 ‘대학(大學)’에 ‘편안한 이후에 능히 깊이 생각할 수 있다(안이후능려 安而后能慮)’라는 말이 있다. 깊게 생각하는 배움을 위해 편안하고 여백이 있는 학교 교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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