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선사시대 유적을 방치수준으로 내버려두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5일 시 화성사업소에 따르면 권선구 교동 수원중앙도서관 인근 팔달산에는 1991년 4월 경기도기념물 제125호로 지정된 선사시대 유적인 고인돌 4기가 위치해 있다.

고인돌은 축조 과정에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당시 지배계급들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특히 청동기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인돌들은 선사시대 당시의 수원지역의 모습을 설명해주는 귀중한 유적이다.

그러나 시는 이 고인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는 데다 홍보활동도 하지 않아 시민들조차 수원지역에 고인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팔달산 등산로 한편에 위치한 4개의 고인돌은 주위에 아무런 이정표도 없이 철제 울타리만 덩그러니 설치돼 있다.

이곳이 경기도 지정 문화재이며, 선사시대 유적이라는 사실은 4개의 고인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고인돌 앞에 세워진 ‘수원시 팔달산 지석묘군’이라는 안내판이 전부다. 그마저도 해당 고인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정확한 정보는 기록돼 있지 않다.

사정이 이렇자 내년을 ‘수원화성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최근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관련 부서 조차 해당 고인돌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김모(62·여)씨는 “평생을 수원에서 살아왔지만, 이곳에 고인돌이 있다는 사실은 최근 팔달산을 등산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됐다”며 “학생들에게는 좋은 학습장으로, 관광객에게는 좋은 볼거리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등산로에 방치된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등산객들에 의한 훼손을 막기 위한 울타리를 설치했지만, 특별한 보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관리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사업소의 주 업무인 수원화성(華城) 관리와도 특성이 달라 고인돌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인돌 인근에서 수원화성 축성 당시 성벽에 사용된 돌을 채석한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향후 해당 지역과 고인돌을 알리는 이정표와 안내판을 함께 설치하는 계획을 고민 중”이라며 “보다 면밀한 검토를 벌여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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